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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참담하지만 수습 계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15 18:44

수정 2025.01.15 18:44

尹측과 조율 충돌없이 집행
조사 과정 공정성 의심없게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15일 체포되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43일 만에 공수처는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1000여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새벽 4시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진입을 시도했다. 대치 끝에 윤 대통령 측이 '임의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 간 조율이 진행됐고 결국 진입 6시간여 만에 체포영장이 집행된 것이다. 이 현장을 긴급뉴스로 전 세계가 지켜봤다.

영장 집행 시 국가기관 간 유혈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그러나 생업 현장에서 TV로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를 지켜본 국민들은 참담했고, 민주주의 한국의 국격은 더없이 추락한 시간이었다.

정부과천청사로 이송된 윤 대통령은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오전 11시부터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200쪽 넘는 대면조사 질문지를 준비했다는데,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 무장군인을 동원한 국회 침투와 봉쇄, 주요 정치권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구금, 점거 시도 등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내란·폭동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전에 녹화한 대국민 담화에서 "불법적이고 무효인 (체포영장 집행) 절차에 응하는 것은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도 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불법, 강압에 대한 개탄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지자 결집 호소가 아닌, 사필귀정의 자세로 국론통합을 당부하며 자신은 당당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히는 국정 책임자다운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울 따름이다. 법 앞에 지위고하는 없다. 진실은 명백히 밝혀지고 기록돼야 함은 명백하다. 12·3 계엄의 최종 판단을 내린 장본인인 윤 대통령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야 할 이유다.

영장 집행 48시간 내인 17일 오전까지 윤 대통령 구속 여부가 결정되고, 하루 앞선 16일 오후에는 탄핵심판 2차 변론이 진행된다. 날이 갈수록 국론 분열과 정치적 혼란이 더 깊어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예상대로 국민의힘은 "부당함에 맞서겠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질서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극렬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헌정 초유의 수사를 맡고 있는 공수처는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행위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 관할법원에 대한 계속되는'판사쇼핑' 논란 등이 그런 것이다.
공수처는 이를 불식하기 위한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고, 피의자 측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 수사 과정에서 한 치의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국민들 모두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
이것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상처 입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