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근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
16개 구·군 복지관·김해공항 등
올해 야외 공연 130회 계획 중
취임후 시립예술단과 소통 늘려
시스템 개선·공연 확대 등 성과
하반기 부산콘서트홀 개관 앞둬
신규 시설과 다양한 협업 기대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이사(66)는 새해 들머리 우리 사회가 서로를 향한 갈등과 분노의 골이 깊어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문화 에너지로 사회갈등을 서로 보듬고 치유해가자고 강조했다.
16개 구·군 복지관·김해공항 등
올해 야외 공연 130회 계획 중
취임후 시립예술단과 소통 늘려
시스템 개선·공연 확대 등 성과
하반기 부산콘서트홀 개관 앞둬
신규 시설과 다양한 협업 기대
차 대표는 16일 'First-Class 경제신문' 부산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민회관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을사년 한 해는 시민 속으로 파고드는 공연문화를 확산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어내는 소통과 치유의 힘으로 작동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차 대표와의 일문일답.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공연문화 확산을 언급했는데.
▲부산문화회관·부산시민회관 정기·특별공연을 통해 시민에게 창작 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극장을 찾지 못하는 시민이 많다. 그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많이 펼치려 한다. 16개 구·군 노인복지관을 비롯해 김해공항, 국제금융센터, 어린이대공원 등 상징적 장소에서 로비음악회와 야외 공연을 연간 130여회 펼치고, 연간 40회 정도는 소외계층을 인기공연에 초청할 계획이다.
―취임 이후 8개월 남짓이 지났다. 성과를 꼽는다면.
▲시립예술단과의 지속적인 소통,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해묵은 관행을 개선했다. 올 1월부터 단원들이 휴대폰을 켜고 문화회관을 들고 나면 자동으로 출퇴근이 체크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온 복무체계를 해결했다. 행정 직원들이 대신해주던 행정업무처리도 예술단원들이 직접 하도록 제도화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국내 시립예술단 중 최초다. 공연활동을 늘리고 성과를 촉진하는 가시적인 결과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가을 시립교향악단은 독일 베를린필하모니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제와 뮌헨 현대음악축제에 동시 초청돼 시립예술단의 위상을 높인다. 5월 가정의 달 기획공연인 시립예술단 연합공연 '바리데기'는 연극, 오케스트라, 국악, 무용, 합창이 어우러진 전에 없던 콘텐츠로 부산시민과 만난다. 기대하셔도 좋다.
―'삶의 전환을 문화적으로 실현하는 글로컬 거점.' 지난해 4월 취임하면서 제시한 경영 비전이다. 어떤 의미인가.
▲세계의 모든 문화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역문화를 변방의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스스로 문화 불모지를 자처하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부산문화회관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엔평화공원과 나란히 있다. 유엔평화공원이 가진 장소성에 인류애와 평화라는 가치를 담아 유엔과 협업해 세계적 예술가와 세계인이 만나는 세계 유일의 UN평화예술제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산문화회관을 지역문화를 넘어서는 지구촌 초유의 문화 발신지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부산문화가 가진 가치와 정체성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하고, 관통시킬 때 진정한 글로컬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당면 현안은.
▲부산문화회관은 37년이 지났다. 낡은 장비가 많아 안전 우려가 크고 무대장치, 객석, 각종 시설도 손봐야 한다. 문화회관과 유엔기념공원 사이에 있는 터널을 없애고 두 곳을 평면화해 이 일대에 드넓은 광장을 조성한다. 도로는 광장 밑으로 지하화한다. 이렇게 되면 고스란히 드러날 문화회관 정면의 시각적 개선은 절대적이다. 이 공사는 대극장 리모델링과 동시에 시작해야 효율적이다. 예산절감은 물론 문화회관 휴관일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올해 53주년을 맞는 부산시민회관은 워낙 오래돼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다.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민회관의 정체성도 고민 중이다. 문화회관과 올 하반기 문을 여는 부산콘서트홀은 클래식 전용으로, 시민회관은 대중공연 및 대관 위주로 성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법인 명칭 변경도 고려 중이다.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이 문화회관, 시민회관, 시립예술단 운영 등 여러 기능을 갖는데 문화회관이라는 이름에 한정돼 있고, 법인에 '회관'이라는 시설명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하고, 2027년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면 1500석 이상 시립 대공연장이 4개로 늘어난다. 지형변화가 뚜렷한데, 걱정은 없나.
▲저는 '위기 3, 기회 7' 정도로 본다.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는 클래식이나 오페라 등 서양음악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게 부산시립예술단이다. 신설되는 2곳에는 예술단이 상주하며 연습할 공간이 없다. 시립 교향악단, 합창단 등 7개 단체가 지금처럼 부산문화회관에 상주할 수밖에 없다. 법인이 시설 인프라와 인적자원을 지금처럼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이건 다른 공연장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문화회관이 신규 시설을 지원하는 맏형이 돼야 한다. 예술단은 물론 무대 활용도도 높여줘야 한다. 필요하면 무대기술 인력의 경험 또한 공유해야 한다. 신규시설은 서양음악 중심의 콘텐츠 공급, 문화회관은 예술단과 함께 만들어 낼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과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보완하고 협력할 강점이다. 일부 중복과 경쟁의 우려가 있지만. 경쟁보다는 보완과 협업을 위한 파트너 관계로 본다.
―새해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공연예술은 어지러운 정치 상황이 정리되고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맞기 위한 중요한 치유의 방법일 수 있다. 인류의 자본재 중 경제적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자본재는 예술을 포함한 문화유산이다. 우리가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문화 활동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부가가치 높은 부산의 문화유산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온난화 등 지구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쾌하고 즐거운 방식이다. 부산문화회관이 '삶의 전환을 문화적으로 실현하는 글로컬 거점'을 지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동참을 바란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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