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종목▶

삼성전자가 이달 초 출시한 새 노트북 ‘갤럭시 북5 프로’를 2주 가량 사용해봤다. 인텔 루나레이크로 알려진 인텔 코어 울트라 7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으로, 최대 47TOPS(초당 최고 27조회 연산)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지원한다. 14인치, 16인치 2종으로 나온 가운데 기자는 16인치 모델(모델명: NT960XHA), 그 중에서도 16GB 램과 512GB SSD를 탑재한 실버 제품을 써봤다.

먼저 외관은 실버 모델 답게 깔끔한 느낌을 준다. 기기 왼쪽 측면에는 HDMI 2.1, 2개의 선더볼트 4 포트, 오른쪽 측면에는 마이크로SD 슬롯, 타입A USB 3.2, 3.5㎜ 이어폰 단자가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에 홍보 포인트를 맞췄지만 AI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화면과 배터리 성능이었다. 2880x1800 해상도의 16인치 다이나믹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2X 화면이 빛 반사 방지 패널까지 갖춰 넷플릭스로 ‘오징어 게임2’를 볼 때 몰입도가 뛰어났다. 노트북 화면이 스마트폰처럼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화면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배터리 성능이었다. 화면 밝기 50% 상태에서 웹서핑과 문서 작업 정도만 할 경우 배터리가 화면켜짐 기준 9~10시간 정도는 지속됐다. 배터리는 30분 만에 37%, 1시간 만에 73%가 충전됐으며 완충까지는 1시간 43분이 걸렸다. 절전 모드를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배터리가 3%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것은 옥에 티였다.

성능실험(벤치마크)을 해본 결과 긱벤치6에서 싱글코어 2334점, 멀티코어 9946점을 기록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에서는 4230점으로 2023년 사무용 랩톱 평균 점수(1671점)보다 훨씬 뛰어난 점수를 보였다. 시네벤치 2024에서는 싱글코어 103점, 멀티코어 602점, 긱벤치 AI에선 싱글 프레시젼 2349점, 하프 프레시젼 1217점, 콴타이즈드(양자화) 4700점을 각각 기록했다.

게이밍 성능은 조금 아쉬웠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사양 게임을 돌릴 때 프레임이 60FPS(초당 프레임수)를 넘기지 못하고 주로 40~50FPS 선에 머물렀다. 물론 게임을 할 때 버벅임이나 발열, 소음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루나레이크의 단점으로 게이밍 성능이 꼽히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AI 기능은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서클 투 서치’ 기능처럼 화면 위에 원을 그려 바로 검색되는 ‘AI 셀렉트’는 결과값이 기대 이하였다. 일단 앱을 별도 설치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코파일럿+ PC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MS) 빙을 통해 검색한 결과값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에서 입은 유광가죽점퍼나 요즘 뜨는 카페를 검색해 보니 ‘서클 투 서치’에서는 제대로 된 결과값을 출력하는 반면 ‘AI 셀렉트’는 그러지 못했다.
사진을 선명하게 해주는 AI 업스케일링 사진 리마스터는 괜찮지만 큰 효용성은 느끼지 못했다. 쉽고 빠르게 과거 작업 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리콜, 간단한 스케치로 AI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코크리에이터도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이지만 아직은 제공되지 않는다. 코파일럿 키 역시 애매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갤럭시 북5 프로만이 아닌 AI 노트북의 공통된 문제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다 잊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제품 가격이다. 갤럭시 북5 프로는 출시 초기 14인치 모델이 120만원대, 16인치 모델이 150만원대에 온라인 상에서 판매됐다. 지금은 이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저렴하다. 벌써 노트북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 이름을 인용해 ‘노태북’이라는 별명이 다시 붙었다. ‘노태북’이라는 표현은 갤럭시 북3 프로 때 처음 생겼는데, ‘갤럭시 북5 프로’야말로 완성형 노태북에 가까운 제품으로 보인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