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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과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의미와 남은 숙제는?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1 02:00

수정 2025.01.21 02:00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한미조선 협력 주목되는 시기 내달 1일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40여년 전부터 JSOP에 필요성 적시 1995년엔 '대양해군’ 제시
 -'해군비전2020'에도 항모 등 기동함대 정책화 발걸음 이어가
 -북핵·미사일, 고도화·작전화... 안보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엄중
 -인-태지역, 국제질서·지정학적 중심지.. 韓 안보역량 강화 불가피
 -'임무영역 확장성·관련 전략 전문성·인-태 전략 중심 역할' 등 숙제
 -신설 ‘한미조선 협력 범정부 TF’에서도 기동함대 역할 발굴 필요
 -트럼프 2.0... 대미 레버리지 확장, 동맹 관리, 국익·안보 기여 기대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2025년 2월 1일부로 기동함대사령부가 창설된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창설 시점이 국제정치정세를 예견이라도 한 듯 절묘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미조선 협력이 주목되는 시기라는 점에서도 절묘하다.

사실 기동함대사령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약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 해군이 연안해군에 머무르던 1989년에 이미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에 전략기동함대의 필요성을 적시하며 이를 미래전략 아키텍처에 포함한 바 있다. 나아가 1995년 취임한 안병대 해군참모총장은 지향해야 할 해군의 목표로 ‘대양해군’을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확보와 기동함대사령부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이어 『해군비전2020』에도 기동함대가 등장하는 등 정책화를 위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안보정세는 더 거칠어졌다. 북핵·미사일은 고도화를 넘어 그 위협이 작전화되는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더욱 엄중해졌다. 이와 동시에 국제질서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었고, 인도-태평양지역은 국제질서의 향배를 결정짓는 지정학적 중심지가 되었다. 이는 한국의 안보역량 강화와 국제무대에서 역할 확대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해양에 대한 관심부족, 조직 이기주의 등의 요인으로 인해 기동함대 창설은 번번이 좌초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안보적·전략적 필요성이 이러한 도전요소를 돌파하는 단초로 작용한 결과 기동함대사가 2021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되면서 정책적으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되었고 드디어 내달 창설되는 모멘텀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기동함대사는 이지스구축함, 잠수함 등 소위 하이급(High) 자산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작전운영되기에 고강도 위협대응에 강점이 높은 조직이다. 나아가 기동함대사는 1·2·3함대 중심의 해역함대의 한계를 극복해 주는 조직이기도 하다. 특정해역에 국한되는 ‘조직’과 확장되는 ‘위협’이 동기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줄 해법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동함대사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창설 후 빠른 시일 내에 중요한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첫째, 임무영역의 확장성이 잘 견지되어야 한다. 지역함대 개념을 극복하는 작전적·전략적 처방제가 될 기동함대사가 자칫 제2의 지역함대로 퇴화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함대에 부합하는 전략과 작전운영개념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해군 측은 기동함대사 출범 관련 “한국형 3축 체계 능력 강화”와 “한반도 주변 위협 동시 대응 임무”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러한 성격규정은 자칫 기동함대사의 임무가 북핵과 한반도 주변해역으로 한정될 것이라는 신호로 읽어질 소지가 있다.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기동함대사의 활동범위가 최초 기대치와 달리 한반도 해역에 국한되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임무 확장성에 선을 긋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기동함대사 운영개념과 전략방향을 정교화해야 한다.

둘째, 전략에 대한 전문성이다. 기동함대사 창설을 계기로 해군이 단순 ‘전력확보’를 넘어 ‘전략설계’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전략조직이라는 점을 현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해군이 해양전략을 주도해야만 하는 숙제가 있다. 기동함대사 운영이 해양전략과 체계적으로 융합되지 않으면 해군이 전략보다는 전력확보 및 조직확장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비판이 부상할 수 있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전략사령부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처럼 ‘해양기동전략’이 없는데 기동함대사가 유용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전략사령부가 미국의 전략사령부와 카운터파트라는 조직적 위상을 잡아 운용 초기부터 전략적 역할을 잘 설정하여 추진해야 하는 것처럼 기동함대사도 미국·유럽 등 선진국 해군의 조직 중 유사 기능을 하는 조직을 카운터파트로 삼아서 전략 정교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동함대사는 인도-태평양전략 추진 간 해양 현장에서 중심적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할 숙제가 있다. 이는 특히 트럼프 2.0 시대에 인도-태평양이 지정학적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기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다. 이를 위해서는 기동함대사가 ‘인도-태평양함대사’ 성격의 조직이라는 개념적 설정을 통해 임무를 확장하되 인도-태평양을 뛰어넘는 확장성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태평양함대사’가 아닌 ‘기동함대사’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이라는 전략적 철학이 제시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정학적 융합(Geopolitical convergence)이 가속화되는 신냉전 구도에서 자칫 기동함대사가 한반도 안보와 국제안보를 분리시키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창설 직후부터 상기에서 제시한 숙제를 풀어나가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해군이 기동함대사를 발판으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 트럼프 2.0 시대에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국익과 안보를 챙기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설이 결정된 ‘한미조선 협력 범정부 TF’에서도 최강 군함을 보유한 기동함대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인도-태평양이 지정학적 중심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는 한국에게도 인도-태평양이 국익의 보고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동성을 강점으로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전략적·작전적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기동함대사가 창설되는 것은 주목할 일임은 분명하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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