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KDB생명 품은 산은, 건전성 악화 '비상'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0 18:39

수정 2025.01.21 18:17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위험
1조5000억 투입해 자회사 편입
HMM 전환사채 주식 전환 앞둬
산은 지분율 올라 건전성 '부담'
HMM 자사주 매입 규모가 관건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면서 산은의 건전성 지표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DB생명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조 단위'의 자본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산은의 국제결제비율(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다만 KDB생명에 경과조치 적용으로 즉각적인 자본확충 압박이 크지 않은 데다 HMM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있어 급격한 BIS 비율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DB생명 결국 산은 품으로

산은 관계자는 20일 "금융위의 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1~2개월 내 배당이 마무리되면 대주주 지위를 갖게 돼 자회사 편입이 완료된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대주주는 지난해 9월 기준 98.26%의 지분을 보유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였다.

해당 사모펀드(PEF)는 지난 2010년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됐다. 자본시장법상 PEF의 최장 존속기간은 15년으로 정해져 있어 지난해 말 청산이 확정됐다. 이후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85.7%의 지분을 보유한 산은으로 변경된다.

산은은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꾸준히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23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실사 이후 인수를 포기했고, 지난해 초 PEF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가장 큰 원인은 KDB생명의 악화된 건전성으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은 경과조치 전 66.3%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100%)을 밑돈다. 경과조치 후에는 179.5%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웃돈다.

K-ICS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보험금 지급이 쏠릴 경우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3·4분기 KDB생명 가용자본은 9083억원, 요구자본은 1조3696억원이었다.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맞추기 위해 단순계산하면 가용자본 1조1461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조 단위 자본확충에 건전성 악화 우려

산은 입장에서는 자본확충을 통해 KDB생명을 정상화한 뒤 재매각에 나설 경우 '조 단위' 자금 투입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앞서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12월에는 2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여기에 오는 4월 7200억원 규모의 HMM 영구 전환사채(CB)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산은의 건전성 지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특정기업 지분을 총자기자본의 15% 이상 보유하면 해당 자산의 위험 가중치가 높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날 HMM 주가(1만8870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산은의 보유지분 가치는 5조349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본금(26조3166억원)의 15%를 넘은 상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산은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25%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를 간신히 넘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산은 관계자는 "KDB생명에 대해서는 경과조치가 적용되고 있고, (경과조치의) 추가 연장도 가능해 자본확충이 급박하게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HMM이 산은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산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HMM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밸류업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올해 1·4분기 내 밸류업 방안이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규모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