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황

취임사서 '쏙' 빠진 가상자산…트럼프·멜라니아 밈 코인 급락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1 15:03

수정 2025.01.21 15:03

전문가 "트럼프 코인은 기관 아닌 지지자들 위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 계정에 밈코인을 공개하며 올린 이미지./사진=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엑스 계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 계정에 밈코인을 공개하며 올린 이미지./사진=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엑스 계정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시간으로 지난 17일 이후 사흘간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새로운 밈(meme) 코인의 등장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밈 코인인 오피셜 트럼프(트럼프 코인·$Trump)를 내놨다.

밈 코인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발생하는 밈과 농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는 가상자산으로, 도지코인이 대표적이다.

이후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인을 선보였다.



기대감에 폭등한 트럼프 부부 코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워싱턴 D.C.에서 가상자산 업계가 개최한 당선 축하 행사를 기념해 트럼프 코인을 출시했다. 엑스(옛 트위터) 등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 ‘승리’를 축하할 때”라며 “내 새로운 공식 트럼프 밈(Official Trump Meme)이 여기 있다”는 글도 올렸다.

이틀 뒤 멜라니아 여사 역시 엑스 계정에 “공식 멜라니아 밈이 출시됐다”며 해당 코인의 홈페이지를 안내했다.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의 트럼프 코인을 출시한 뒤 해당 코인은 24시간 만에 490% 급등하며 순식간에 시가총액 100억 달러를 넘어서 1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멜라니아 코인도 거래 시작과 함께 랠리를 펼치면서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를 뛰어 넘었다.

급등의 이유는 명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미국을 세계 가상화페 수도로 만들겠다고 맹세하며 친가상자산 정책과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강조한 만큼 그의 코인 출시는 시장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비트코인도 동반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당선 이후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약 50% 상승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는 사상 최고가인 10만900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대통령 부부의 밈 코인과 비트코인은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2기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코인'이나 '가상자산'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트럼프 2기 핵심 정책엔 공공 안전 강화, 에너지 독립 추진, 정부 관료주의 개혁, 미국적 가치 회복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 40분 현재 트럼프 코인(위)은 32.2달러, 멜라니아 코인은 3.52달러에 거래됐다./사진=코인마켓캡
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 40분 현재 트럼프 코인(위)은 32.2달러, 멜라니아 코인은 3.52달러에 거래됐다./사진=코인마켓캡

코인마켓캡에서 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 40분 현재 트럼프 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5% 가까이 폭락한 32.2달러 (약 4만6279원)에 거래 중이다. 멜라니아 코인 역시 3.52달러(약 4629원)로 24시간 전보다 50% 넘게 추락했다.

비트코인은 같은 시간 10만2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코인은 지지자와 유대감 구축용

전문가들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 역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은 정책 발표와 규제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 프레스턴 번은 “해당 코인에 반대하는 민사 소송이 향후 14일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9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뒤 “누군가는 돈을 잃을 것이고 누군가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순전히 정치적인 관점에서 밈 코인을 출시한 건 엄청난 자충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코인은 다른 시선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디지털 자산 투자회사 에이씨매트릭의 조 맥켄 최고경영자는 "대형 기관이나 회사가 주식을 매수하는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트럼프 코인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형태로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는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만큼 그의 밈 코인은 커뮤니티 구성원과 끈끈한 연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성향이 코인에 반영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불가능토큰(NFT) 부터 신발, 시계, 모자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상품을 출시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밈 코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트럼프 코인과 멜라니아 코인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데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코인 홈페이지도 "대통령의 가상화폐는 투자 기회가 아닌 지지 표현을 의도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고 멜라니아 코인 홈페이지 역시 밈 코인을 '디지털 수집품'으로 정의한 뒤 "투자 기회, 투자 계약 또는 어떤 유형의 증권이 되도록 의도했거나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코인의 가치를 전통적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멕켄 CEO는 "그 동안 투자자들은 자금을 어디에 할당할지 결정할 때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봤고 통화 거래자들은 무역 흐름과 국내총생산(GDP) 성장 등 경제적 요인을 봤다"며 "밈 코인 가치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경우 비참하게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