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대통령이 체포되던 지난 15일. 새벽부터 대통령을 지키려는 이들이 한남동 관저 주변을 에워쌌다.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을 향한 욕설은 기본이고, 일부는 달려들기까지 했다. 땅을 치며 우는 노인들도 있었다. 그래도 대통령이 체포된 후에는 별 탈 없이 끝났으니, 앞으로도 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화를 참지 못한 시위대는 얼마 가지 않아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을 허락해 준 법정을 뚫고 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어놨다.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을 끔찍이 아끼는 지지자들이 화를 못 이겨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권한, 서울서부지법의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맞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태도는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법치주의를 누구보다 수호해야 할 보수당이 법정을 짓밟은 극우 시위대를 향해 좀처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외려 폭력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마음은 이해가 간다"며 보듬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법치주의'는 그 시스템에 서려 있는 정신이다. 보수 정당이 법원에 난입한 시위대를 옹호하는 것은 지지자 결집이라는 작은 실리를 얻기 위해 보수 가치를 내팽개치는 자기 부정이다.
국민의힘이 극우 시위대와 절연하지 못하는 건 최근의 지지율 상승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탄핵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질렀으니, 지지율 상승세의 산파 역할을 한 이들을 이제 와서 손절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국민의힘이 나가야 할 방향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중도를 포섭하지 못하면 언제든 바람 빠진 풍선이 될 게 뻔하다. 여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보수가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못해서라는 것이 중론이다.
거대 야당이 국무위원 등 29명을 '줄탄핵'하며 강성 지지층 여론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중도층은 떠났다. 여당이 극우 시위대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보다 보수 정당의 우직함을 보여줄 때다. 서부지법 난입 나흘째다. 국민의힘도 야당과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민심은 다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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