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저장고 0도, 가공장 12도…"맞춤 온도로 고기 신선도 유지" [현장르포]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2 18:10

수정 2025.01.22 18:37

설 준비로 분주한 이마트 미트센터
물량 몰려 본사서도 손 보태
완올 절단으로 잔여육 줄이고
비계는 잘라내 살코기만 남겨
신선도 유지 비결은 '일정한 온도'
2억 들여 저온 숙성 시스템 구축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1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한우 원물에서 지방을 제거하느라 분주히 작업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1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한우 원물에서 지방을 제거하느라 분주히 작업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광주(경기)=노유정 기자】 "법적으로 육류 가공장 온도는 15도 이내로 관리해야 하는데 미트센터는 최대 13도를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경기 광주시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만난 김진덕 이마트 지원팀 과장은 육류 가공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미트센터는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벽면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온도계는 11~12도 사이로 유지돼 있었다. 이마트 미트센터는 설을 앞두고 수요가 몰린 명절 선물세트 물량을 준비하느라 모든 직원이 눈코 뜰새 없이 움직였다.


■품질·가격 모두 잡은 비결

이마트 미트센터는 연면적 7107㎡(2150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국내 유통업계 최초의 한우·돈육·수입육 등 축산물 전문 가공·포장센터다. 올해 설에는 약 9만2000개의 상품을 생산한다. 지난 설 대비 4000여개 늘어난 수치다. 작업장에선 직원들이 일제히 모여 고기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평소 240명이 근무하지만 설에는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출근율을 높이고, 본사 지원까지 나오는 등 300명 정도가 투입된다.

현장에선 품질 유지를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마트 미트센터 핵심 설비는 '완올 슬라이스'라는 육류 절단기다. 이 절단기는 고기를 균일하게 자르면서 절단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고기(잔여육)를 줄여준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보다 잔여육 발생율을 2% 이상 줄여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계는 작업자들이 일일이 칼로 잘라내고 있었다. 최대한 살코기만 남겨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살점만 남은 고기는 진공포장인 '트레이스킨'을 통해 트레이 용기에 빈틈없이 딱 달라붙게 포장된다. 트레이스킨 포장은 산소를 차단해 미생물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고기의 유통기한을 늘린다. 김 과장은 "트레이스킨으로 포장하면 기존 산소 포장의 2배 가까이 유통기한이 늘어난다"며 "트레이스킨으로 포장한 고기의 유통기한은 20일 이상"이라고 했다.

■온도 관리에 큰 투자

무엇보다도 미트센터의 철저한 온도 관리가 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김 과장은 "고기는 갓 잡은 것보다 숙성 시킨 것이 맛있다"면서 "다만, 숙성과 부패의 차이는 온도 유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하게 차가운 온도로 천천히 숙성시킨 고기는 김치가 익듯이 맛이 오르지만 실온에서 방치한 고기는 그대로 부패한다는 것이다. 벽면 곳곳에 온도계를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천장에 설치된 선풍기(팬)는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처럼 천을 이어 붙여 한곳에 찬 바람이 머물지 않고 곳곳에 전달되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작업장 내부 온도는 골고루 낮게 유지됐다. 특히 냉동 저장고는 두 개의 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정도로 관리가 철저했다.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완충공간도 마련했다. 냉동 저장고는 목표 온도인 0도를 유지했다.


김 과장은 "고기 숙성 방법은 드라이에이징·워터에이징·웻에이징이 있는데 여러 실험을 해본 끝에 대량의 고기를 비용을 줄이면서 숙성시키기 위해 웻에이징 저온 숙성 방식을 선택했다"며 "온도 관리를 위해 미트센터에서 투자한 돈만 2억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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