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패션

"소유보다는 경험"… MZ세대 '가성비' 중고품으로 눈돌려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2 18:17

수정 2025.01.22 18:17

의류 중고거래시장 성장세 뚜렷
MZ세대 주류 소비행태로 자리
싼 가격에 다양한 스타일 즐겨
한정판 상품 거래 수단으로 각광
서울의 한 백화점 패션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다. 사진=이정화 기자
서울의 한 백화점 패션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다. 사진=이정화 기자
#. 패션업체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이모씨(29)는 옷과 신발, 시계 등 패션 아이템들을 주로 중고거래에서 산다. 이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새 상품도 많이 올라온다"며 "고물가 시대에 합리적인 가격에 새 것과 다름없는 중고품을 살 수 있어서 주변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의류·패션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패션 중고거래 시장은 활성화되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 옷 대신 중고거래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이 패션업계의 새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의복 소매 판매액은 약 4조8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의복 출하와 생산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 4% 하락했다. 이상고온에 소비심리 위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의류 중고거래 시장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지난해 4·4분기 패션 카테고리 중고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7%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성·남성의류 아우터 전체 상품 등록 수도 전년 대비 30% 늘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중고거래가 MZ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패션업계는 보고 있다. '누군가 입던 옷', '헌옷'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중고의류에 대한 달라진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번개장터 거래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신상품과 비슷한 컨디션의 중고 의류들이 많이 거래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정수량으로 출시돼 구하기 쉽지 않은 패션 제품들도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구매 욕구가 높은 한정판 상품을 살 수 있는 유용한 거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 정모씨(34)는 '뉴진스 백팩'으로 잘 알려진 아크테릭스 헬리아드 백팩 15를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했다.
정씨는 "여행을 갔는데 일행이 들고 있는 걸 보고 마음에 들어서 여기저기 찾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간신히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프리미엄을 얹어서 상품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패션 중고거래 트렌드는 지갑이 얇은 MZ세대들의 주류 소비행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쓸 돈이 줄면서 자기표현 욕구가 상대적으로 큰 젊은세대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찾기 위해 중고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며 "반드시 이 물건을 소유해야 한다는 개념보다 '내가 원하는만큼 싫증 나지 않을 때까지 이용한다'는 경험을 더 중시하면서 중고거래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