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대통령제 손보자"… 정치 유불리 따라 개헌 찬반 오락가락 [87년 체제를 넘어, 개헌론 분출 (상)]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2 18:19

수정 2025.05.05 19:04

탄핵정국 속 개헌론 띄우는 與
"대통령 임기 마치고 불행해져"
與의 시선 돌리기에 선그은 野
"尹 수사·탄핵 이슈 삼킬 수도"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각론은 다르지만 총론은 하나다. 권력이 집중된 현 대통령제를 손보지 않으면 앞으로 탄핵과 체포당하는 굴욕의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배경은 탄핵의 굴레 속에서 더 이상 국민의 일상과 서민경제가 피폐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탄핵 정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북핵 고도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적으로 안보와 경제외교 및 국제무역 질서가 요동치는 와중이어서 더 우려스럽다.

자칫 그동안 일궈온 대한민국의 소중한 성과가 허물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총 3회에 걸쳐 정치권의 개헌 연구 성과와 제도별 장단점을 들여다보고, 현안 인터뷰를 통해 바람직한 개헌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야말로 국가 초유의 사태다. 지난해 12월 3일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발동될 수 있는 계엄령이 선포됐다. 여당 의원 18명을 포함한 의원 190명은 계엄을 해제했다. 국회는 속전속결로 같은 해 12월 14일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올해 1월에는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되는 전례 없는 일이 이어졌다.

비상계엄 사태로 반복되는 정치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도달했다. 피로 일궈낸 87년 체제이지만 38년이 지난 유물이기도 하다. 그대로 남겨두기엔 너무 낡았다는 문제의식이 분출되고 있다.

■여당에 부는 '개헌風'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헌론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집권 여당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소장파부터 지도부, 원로까지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당 소장파가 계엄 후 처음으로 개헌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5일 김재섭·김소희·김예지·우재준·김상욱 의원은 임기단축 개헌을 띄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면서 4년 중임제를 시행하자는 것이었다.

개헌 논의가 지도부로 확장되면서 '바람'으로 성장했다. 권성동 당시 대표 권한대행이 개헌열차의 시동을 걸었다. 권 대행은 같은 해 12월 13일 우원식 국회의장,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현 대통령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비대위도 개헌열차에 올랐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한민국헌정회 정대철 회장을 만나 개헌을 논의했다. 자리에 참석한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통화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책임총리제, 국회 양원제,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하다고 전했다"며 "(여당이)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개헌특위를 구성해 논의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20일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며 "조만간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야권, 계엄 이후 '시큰둥'

반면 민주당과 이 대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당이 개헌을 꺼낸 이유를 탄핵정국의 '시선 돌리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윤 대통령 임기 중 개헌론을 먼저 띄운 것은 야권이었다. 명태균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라는 녹취가 공개되자 야권에서 '임기단축 개헌연대 준비모임'을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민주당은 개헌열차에 동참하면 윤 대통령 수사·탄핵 정국의 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이슈를 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의 키는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쥐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 대표가 20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들고나온 만큼 개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대철 헌정회장 역시 이 대표와 오랜 시간 통화하며 개헌 동조를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로부터 '검토해 보겠다'는 답을 받았지만 정 회장과의 회동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우원식 의장이다. 우 의장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개헌특위를 제안했고, 지난 2일 시무식에서도 올해 개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개헌에 진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