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활용 불가능..지분열세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순환출자로 영풍 의결권 제한 시도
[파이낸셜뉴스]
고려아연, 순환출자로 영풍 의결권 제한 시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될 임시주주총회가 23일 열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연합은 이날 표 대결에 나선다. 다만 전날 최 회장 측이 '상호주' 카드를 꺼내들면서 MBK·영풍측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주총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심의·표결한다. 최 회장 측은 이사 후보 7인을, MBK·영풍 측은 이사 후보 14인을 내세웠다.
핵심 안건이었던 '집중투표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활용될 수 없다.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인 집중투표제는 지분율에서 MBK 연합에 밀리는 최윤범 회장 측의 승부수였으나 지난 21일 법원이 '1월 임시주총에선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현재 지분율 구도는 최 회장 측 34.24%(의결권 기준 39%), MBK 연합 40.97%(의결권 기준 46.7%)다. 현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으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한 11명이 최 회장 측이다.
업계에서는 MBK 연합 측 이사 후보 14명 전원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점친다. MBK 연합이 비록 의결권 기준 지분율 과반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국내외 기관투자자나 일부 소수주주가 우군이 되면 손쉽게 이사 선임을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과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등 고려아연의 국내외 기관투자자 19곳 중 16곳이 MBK 연합 측 이사 후보에 찬성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반전을 도모하기 위해 임시주총에서 제1-1호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표결에 붙인다. 비록 가결돼도 이날 당장 이사 선임에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하지 못하지만, 3월 정기주총 때부터는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임시주총 전날 최윤범 회장측이 '상호주 제한' 카드를 꺼내들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윤범 회장 측이 임시주총 직전 영풍정밀과 일가족의 영풍 보유 지분 10% 이상을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기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발이 묶일 여지가 생겼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고려아연은 SMC의 지분 취득으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걸려 영풍은 이튿날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현 지분율 구도라면 MBK 연합의 표 대결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영풍(25.42%)의 의결권이 묶이면 MBK 연합의 실질적 지분율은 15.55%로 급감한다.
MBK 연합은 영풍의 의결권은 제한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SMC는 외국법인이자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풍 지분의 의결권 제한 여부를 두고 또다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경영권 분쟁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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