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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해 손길 내민 후티 반군에 '테러조직 지정' 철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3 10:13

수정 2025.01.23 13:20

예멘 후티 반군, 1년 반 가까이 억류했던 화물선 선원 석방
가자지구 휴전에 따라 홍해 선박 공격 중단
트럼프, 유화 제스처에도 후티 반군 테러 조직으로 재지정
지난 2023년 11월 20일 예멘 후티 반군이 공개한 갤럭시 리더호 홍해 습격 장면.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3년 11월 20일 예멘 후티 반군이 공개한 갤럭시 리더호 홍해 습격 장면.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에서 갤럭시 리더호의 선원들이 출국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에서 갤럭시 리더호의 선원들이 출국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란 주도 ‘저항의 축’ 가운데 끝까지 투쟁을 이어나가던 예멘의 후티 반군이 억류했던 화물선 선원을 풀어주고 홍해 습격 중단을 선언하며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는 후티 반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 호의 선원들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반군의 압둘 말릭 알 후티 최고 지도자는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연대 및 휴전 협정 지원 차원에서 선원들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이스라엘 해운 선사지만 영국령 맨섬에 본사를 등록한 ‘레이 카 캐리어스’ 소유 선박이다.

납치 사건 당시에는 일본 해운사 니폰유센KK가 운영했다.

후티 반군은 중동의 친(親)이란 조직망인 저항의 축 소속이며 2023년 10월에 같은 저항의 축에 속한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시작하자 즉각 개입했다. 홍해 남쪽에 자리 잡은 후티 반군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주장했으나 곧이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후티 반군은 2023년 11월 19일에 헬리콥터와 고속정을 이용하여 홍해를 지나던 갤럭시 리더를 납치하고 선원 25명과 선박을 억류했다.

후티 반군은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교전을 이어가면서 지속적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했다. 2척의 선박이 침몰했고 최소 100척 이상의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부터 연합 함대를 조직해 홍해 경비에 나섰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을 260회 이상 폭격했다. 그 사이 수많은 국제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를 피해 항로를 조정하면서 막대한 금전 및 시간적 손해를 봤다.

후티 반군의 입지는 헤즈볼라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휴전하고, 하마스마저 이달 19일 휴전에 들어가면서 점차 좁아졌다. 후티 반군은 20일 발표에서 하마스가 휴전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이스라엘을 제외한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알 후티는 22일 만약 휴전이 실패한다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 2번째 임기를 시작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유화적인 태도에도 강수를 뒀다. 그는 22일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후티 반군을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에 후티를 지원하거나 옹호하는 단체에 대한 원조와 지원 사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는 "후티의 활동은 중동에서 미국 민간인과 병력의 안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역내 파트너들의 안전, 세계 해상 교역의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관할의 조직 및 개인은 FTO 목록에 오른 대상에게 무기와 장비뿐만 아니라 훈련과 금융 등 각종 서비스를 포함하여 ‘물질적 지원이나 자원’을 제공할 수 없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2021년 당시 7년째 내전 중인 예멘에 구호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FTO 명단에서 후티 반군을 제외했다.

지난 2023년 11월 19일 홍해상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고속정들이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023년 11월 19일 홍해상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고속정들이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