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사상 최대치 달성
미래 내다본 HBM 개발 결실 거둬
미래 내다본 HBM 개발 결실 거둬

경제 위협요인으로는 인구절벽, 신성장동력 부재, 낮은 노동생산성을 꼽았다.
교수들의 비관적 전망이 그대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위협요인으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애쓰지 않으면 일본처럼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어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이미 그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쳐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이런 어려움을 뚫고 달성했기에 더욱 돋보인다. 이 기업의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인공지능(AI)칩 수요를 독식하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 덕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이 인수할 무렵만 해도 사업구조가 부실한 만년 2위 반도체 기업으로 '미운 오리 새끼' 신세였다. SK하이닉스의 허약한 체질을 근본부터 뜯어고친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AI 시장이 꽃피기 전부터 10년 넘게 HBM 개발에 투자하고 연구한 최 회장의 뚝심이 이제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 사례를 보면 기술 개발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는 바로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이 국가경제 발전의 핵심이라고 할 때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불황도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극복하고 매출과 이익을 늘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은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여기에는 미래를 내다보고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과감하면서도 끈질기게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리더의 판단력과 집념이 물론 절대적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현대사회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경쟁에서 밀리고 도태될 만큼 냉혹하다. 반대로 선견지명을 갖고 다가올 장래에 대비하여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기업에는 분명히 도약의 기회가 찾아온다.
작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한 현대차의 선전도 SK하이닉스와 같이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현대차가 유수한 자동차 기업들을 물리치고 매출과 판매대수에서 세계 선두권에 오른 것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품질개선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 경쟁력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처럼 다른 우리 기업들도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키워간다면 저성장과 잠재성장률 하락을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기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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