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걸은 민주당 행보와 불일치
진심이라면 반기업법부터 정리를
진심이라면 반기업법부터 정리를

세계적 불황 속에서 저성장 탈출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 몸이 돼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줘도 쉽지 않은 비상 국면이다. 냉혹한 환경에 처한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 이 대표의 발언은 백번 옳다. 첨단분야 네거티브규제(지정 제한 외 전부 허용) 전환 제안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를 강조한 이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보인 행보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동안 경제계가 난색을 표하는 법들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기업들의 절박한 현안들은 나 몰라라 한 쪽이 이 대표와 민주당 아니던가. 말 따로 몸 따로의 언행불일치다. 대선을 염두에 둔 갑작스러운 '우클릭'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기업 정책은 한둘이 아니다. 반도체·첨단 기업의 주52시간 획일적인 근무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절실한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이사 충실의무 주주 확대조항으로 무차별 소송을 부추길 수 있는 상법개정안과 불법파업 조장 우려가 큰 '노란봉투법'은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면서 기업 주도 경제를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이 대표 발언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이런 반기업 입법부터 정리하고 기업에 활력을 줄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이 대표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 또한 현재까지의 행보와 비교할 때 생뚱맞아 보인다.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언급은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물론 성장에 이념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연 그렇게 했는지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실용주의 언급은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선거운동용 냄새가 풍긴다.
이 대표는 올해를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K디스카운트' 해소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증시 밸류업을 위해선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과도한 상속세 등 조세체계 손질부터 이뤄져야 한다. 여야 극한 대립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자를 떠나게 하고, 증시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인데 민주당의 책임도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 적용됐던 수많은 규제들은 인공지능(AI) 혁명기엔 기업의 뒷다리만 잡을 뿐이다. 구시대의 규제 틀을 걷어내는 데 이 대표가 앞장서 준다면 두 손 들고 환영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발언을 그대로 실천하려면 반기업적 규제 몰이부터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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