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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돈 없다면서도 설 지원금 뿌리는 지자체 포퓰리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6 17:11

수정 2025.01.26 17:11

영광군 등 1인당 최고 백만원 지급
지방선거 앞둔 선심성 지원 안 된다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3일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거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3일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거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설 명절 현금 지원금(지역상품권)을 앞다퉈 지급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화폐로 최고 100만원을 모든 시·군민에게 뿌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고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선심성 현금 지원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실증이 많은데도 지자체가 경쟁하듯 뿌리고 있어 우려가 앞선다. 재선과 3선을 노리는 지자체 단체장의 정치적 속셈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북 김제·정읍·진안, 전남 영광·보성·남원, 경기 광명·파주 등 전국 10여개 지자체가 모든 지역민에게 10만~100만원의 민생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영광군은 설과 추석 두 차례에 걸쳐 군민 5만여명에게 1인당 총 100만원을 지급하는데, 소요 예산만 52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영광군 자체 수입의 60%에 육박하는 큰 규모다.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선불카드이지만 사실상 현금과 같은 상품권을 지방정부가 나눠준다는 데 마다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선심성 지원금 남발에 있다. 모든 지역민에게 일회성으로 뿌리는 것이 지역상권을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3~4년 전 코로나 팬데믹 때 확인했다. 선불카드의 부정사용도 많았고,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도와주지도 못했다. "우리는 세금도 많이 내는데 왜 주지 않느냐"는 지자체 간 형평성 시비도 불거졌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크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속셈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민생지원금을 나눠준 지자체는 상당수가 민주당 출신 초·재선 단체장들이다. 3선 제한에 걸린 단체장 중에선 지원금을 주는 곳이 없다고 한다. 영광군수는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 때 당선돼 고작 두달 만에 100만원 지원금을 결정한 것인데, 축하금이니 내년 재선용이니 하는 뒷말도 많다.

현금 지원 지자체들은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6~12%밖에 안 돼 살림이 빠듯하다. 민주당은 현재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에서 2조원을 마련해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에 지원하겠다고 한다. 지역상품권에 국고 지원을 의무화는 지역화폐법 개정안인데, 통과되면 현금성 지원금이 더 남발될 것이다.

한 차례 폐기에도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이재명표 선심성 예산 '25만원 지원금'도 다를 바 없다.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데 13조원이나 든다. 혈세에 의존해 돈을 펑펑 퍼주는 꼴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지자체들이 앞다퉈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렸는데, 그때도 총선(2020년)과 지방선거(2022년)가 있었다.
지자체 단체장이 혈세를 선심 쓰듯 뿌리는 행태는 옳지 않다. 세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선심성 현금 지원금을 엄격히 제한하는 장치와 주민 재정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