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채권

임무 끝난 장외채권 전문딜러 사라진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3 18:13

수정 2025.02.03 18:13

시장조성 실적 역대 최저
초창기 36곳서 6곳 남아

장외채권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채권전문딜러들이 사실상 역할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성 실적이 역대 최저치로 주저앉은 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딜러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전문딜러 시장조성실적 합계액(매수+매도)은 22조8482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치 조회가 가능한 2007년이후 첫 30조원대로 떨어진 2024년 32조3183억원에 비하면 10조원가량 빠진 규모다. 실적이 가장 높았던 2012년 389조6152억원과 비교하면 1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전문딜러 제도는 장외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6월 도입됐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딜러 임무가 부여된 주체들은 매수·매도 양 방향 호가를 동시 제출해 공백을 줄여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채권은 업종·유형별로 종류가 많고, 특정 시장에 상장돼 통일된 경로로 매매하는 주식과 달리 정해진 증권사 등을 거치야하는데다 대량 생산되지 않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해선 딜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장외시장이 충분한 자금으로 돌아가고 있고, 기술 발전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만큼 시장조성 유인 자체가 약해진 상황이다. 딜러들이 제시하는 호가가 거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다는 평가도 중론이 됐다. 이에 딜러들도 이탈하는 추세다. 제도 도입 당시 36개 금융회사가 지정됐으나 2015년말 기준 13개로 줄어든 후 현재는 6개사뿐이다. 지난해 8월 삼성증권의 자격지정 취소 신청이 인용돼 국내 증권사는 NH투자,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신영증권 등 4곳, 은행은 외국계 도이치, HSBC은행 등 2곳만 남았다.

참여 시 발행 우선 참여 권리 등을 부여받는 국고채전문딜러(PD)와 달리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점도 한계다.
회사채 등 크레딧 채권은 발행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에 물량을 따로 빼서 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기가 약화된데다 별다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라 딜러들 지정 취소가 추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엔 다수 금융사가 참여했고 실질적 역할도 컸지만 이제 시장 변화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한 셈"이라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재차 활성화를 위한 고민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구조적으로 인센티브를 신설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