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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균 칼럼] 연금개혁, 치적싸움할 땐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3 18:41

수정 2025.02.03 19:30

여야, 연금개혁 동상이몽
지난해 합의 실패 판박이
지연된 개혁이 갈등 키워
정상균 논설위원
정상균 논설위원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지난해 9월 합의를 목전에 두고 멈춰 선 연금개혁에 여야가 지난 설 연휴 중에 입을 맞춘 듯 논의를 재개하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 연금개혁특위부터 구성해 모수(보험료율·소득대체율)와 구조(자동조정장치 등) 개혁을 같이 하자"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월 안에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했다.

그러자 "또 구조개혁 핑계를 대는 것이냐" "대선용 연금개혁 쇼 하지 마라"며 날 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합의에 실패했던 지난해와 판박이다.
시민 공론화(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우세)→여야 절충(13%, 44%)→합의 무산(대통령실은 모수·구조개혁 병행, 야당은 선모수개혁·후구조개혁 주장)이 그랬다. 지금껏 여야는 연금개혁 논의를 특위와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 중 어디에서 할지와 같은 대단치 않은 이유로 입씨름 중이다.

연금개혁은 이념과 세대 간 인식이 크게 갈리는 이슈다. 국민 입장에선 생애의 돈이 걸려 있고, 정치권은 성장·분배라는 이념의 대리전으로 인식한다. 개혁이 그래서 어렵다. 일단 개혁은 두 갈래다.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크레디트(출산과 군복무로 소득공백기에 연금가입 인정), 재정안정장치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구조개혁이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2025년 기준 41.5%(2028년까지 40%)에서 42%(정부안)~45%(야당안)에서 조정하자는 것이다.

모수에서 여야가 접점을 찾은 것이 1998년(9%) 이후 21년 만이다. 정부는 물가와 인구, 기대여명에 맞춰 연금액이 조정되는 자동재정안정장치와 보험료율을 중장년은 빠르게(4050세대 4년마다 0.5~1%p 인상), 청년은 느리게(2030은 12~16년간 0.25~0.33%p) 올리는 세대별 차등화 방안을 냈다. 연령별 차등화는 청년세대 부담 가중,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삭감 수단이라며 야당이 반대한다.

연금 이념의 토대는 전문가 집단이 배타적으로 쌓아왔다. '더 내고 덜 받아야 재정고갈을 늦출 수 있다'는 재정안정파, '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야 하고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소득보장파로 양분된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로 굳어졌고 접점이 없는 평행선이다. 생산인구 급감에 따른 지속가능한 재정 유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치인 40%대 노인빈곤율 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라는 양쪽의 명분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재정고갈과 노인빈곤 공포를 과장하고, 배타적 주장을 하는 것은 타협과 조율을 더 어렵게 한다.

국회에 발의된 국민연금법 모수 개정안은 7건(이 중 소득보장 우선이 5건). 보험료율을 13%로 현행보다 4%p 인상하는 것은 같다. 소득대체율이 관건인데, 현행(40%)을 유지하면 연금 적립금(현재 1147조원) 고갈 시점은 2068년으로 11년 미뤄진다. 누적적자는 2093년 2672조원 줄어든다(국민의힘 개정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이보다 6년 빠른 2062년 재정은 완전히 바닥난다. 누적적자는 695조원 늘어난다(민주당).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보험료율을 19.7%로 높여야 하고, 국가가 재정을 투입한다면 국내총생산(GDP) 7~8% 정도로 200조원에 이른다는 데 동의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극한 정치적 대립과 국정책임자의 우유부단에 개혁은 지연되고 있다. 개혁을 미뤄온 지난 18년, 모든 세대가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하루 885억원의 부채(연간 32조원)가 쌓이고 계층 간 양극화,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한다.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이 고착되고 가계 형편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연금 수급이 임박한 중장년 세대의 저항, 고용이 불안해진 청년층의 연금 불신도 더 커질 것이다.
국민연금 모수·구조개혁에 서둘러야 할 이유다. 나아가 수술이 불가피한 정년연장과 같은 노동개혁, 정부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기초연금과 공무원·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으로 이어가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정공백이 연금개혁의 호기일 것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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