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신뢰 회복' 숙제 푸는 5대은행… 내부통제 고삐 더 조인다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4 17:55

수정 2025.02.04 18:22

국민 '올바른제보제도' 손질
우리 임원 친척 정보 등록제 시행
신한 내부고발 포상금 20억 지급
농협 사고 조기적발 시스템 고도화
하나 지주 집중형 통제 체계 구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대 은행의 준법감시부가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및 강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입을 모아 '신뢰 회복'을 강조한 가운데 모든 임직원의 도덕적 재무장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임원 친인척 대출 관리체계를 만들었고, NH농협은행은 'NH책무통제시스템'을 통해 리스크 최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ON(溫) 타임' 캠페인을 펼치며 점심시간 1시간 엄수는 물론 '낮술 엄금'으로 기강을 다시 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상품이 아니라 '신뢰를 파는 은행'으로 발돋음한다는 구상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에 각 준법감시부를 중심으로 행내 '기강잡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부터 횡령사고, 친인척 부당대출까지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진 만큼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다. 은행장들은 신년사와 취임사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 방침'을 강조하며 조직 구성원의 도덕적 재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이 아닌, 신뢰를 파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엄격한 윤리의식에 기반한 정도영업으로 'KB국민은행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말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도 "은행장으로 내정된 첫 출근길에 신뢰라는 말을 다섯 번이나 강조했었다"며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은 '올바른제보제도' 세부기준부터 손봤다. 내부고발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애매한 문구는 고쳤다. '올바른제보제도'에 따라 행원들은 금융 사고를 예방하거나 이미 발생한 사고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전화, 팩스, 이메일, 우편, 행내 전산망에서 제보를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법무법인 율촌과 김앤장을 통해서도 준법 관련 신고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3일 그룹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방지를 위한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 시행을 알렸다.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의 계열사 모든 임원을 대상으로 한 친인척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오는 3월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임원 친인척의 개인정보등록제를 가동해왔다. 우리은행 본부장급 이상 친인척으로부터 동의를 받아 자체 전산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내부고발 포상금을 기존 5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4배 올렸다. 사고 규모나 예상 피해 규모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 지급한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제도 역시 보강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물론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온타임 캠페인'도 한창이다. 해당 캠페인의 골자는 점심시간 준수다. 5대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영업방식·미래·현장의 변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리더들이 도덕적으로 바른 기준을 갖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믿을 수 있는 신한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도 최우선 가치로 신뢰를 꼽았다. 강 행장은 "은행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내부통제를 한층 더 강화해 금융사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준법감시부의 올해 추진과제는 '디지털 내부통제 고도화 및 내부통제 취약점 전면 재정비를 통한 금융사고 제로화(ZERO化)'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전면 도입한 '금융사고 조기적발을 위한 상시감시 탐지'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방식의 CCTV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해 본부가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컴퓨터의 눈과 사람의 눈'을 연계해 감시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026년까지 내부통제전문가 인증제도를 전 임직원 대상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레벨 1~3 마스터 제도로 운용해 인사가점제도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NH책무통제시스템'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 1월부터 적용한 책무명세시스템을 통해 임직월별 소관 책무를 숙지시킨다. 올해 6월까지 도입 예정인 책무정보시스템을 통해 임직원의 책무정보를 실시간·맞춤형으로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해당 시스템(나만의 Library)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4년여에 걸쳐 '그룹 표준 내부 통제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자회사별로 분산돼 있던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주 집중형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올해 '그룹 공통 내부통제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만큼 시스템 기반 내부통제가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의 효율화, 점검 실효성 확보 등 그룹 내부통제 수준의 상향 평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소비자의 신뢰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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