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日 소비 트렌드 분석한 책 펴내
저성장 탓 부모 때 월급 그대로
현지 기업, 저가·접근성에 집중
1잔 500엔 편의점 미니바 흥행
소비 얼어가는 韓 배울점 있어
日 소비 트렌드 분석한 책 펴내
저성장 탓 부모 때 월급 그대로
현지 기업, 저가·접근성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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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얼어가는 韓 배울점 있어

4일 정희선 일본 경영정보플랫폼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사진)는 최근 일본 소비 경향을 담은 신간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를 펴냈다.
소비 및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는 정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인 L.E.K 컨설팅 도쿄지사에서 근무했다. 일본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및 해외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도왔다.
그는 저성장과 인구감소를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 기업에 주목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란 말처럼 성장이 정체되면서 소비액과 인구가 줄었다. 2022년 대학을 졸업해 취직한 신입사원이 받는 월급은 그의 부모가 신입 때 받던 월급과 비슷한 23만엔(약 230만원)가량이다. 총인구 역시 2010년 약 1억2800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5년째 감소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통계청 '2024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최대폭 감소다. 저성장, 인구감소 시대에 한국 소비자도 쉽게 물건을 사지 않는 셈이다.
일본 기업은 소비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소비자 진입장벽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3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새 고객을 확보할지 △더 자주 제품을 구입하도록 할지 △어떤 가치를 통해 고객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할지다. 높은 물가로 실질소득이 낮아진 상황에서 고객 수, 구매빈도, 평균단가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저가 업체가 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이소가 대표적인 예"라며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저가격 점포에 일본 소비자들은 질리기 시작했다. 당시 등장한 브랜드가 유니클로"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꼼꼼하게 판단하는 일본 소비자들도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상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며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평균단가를 올리기 위해선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저가격·접근성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에 주목했다. 편의점과 술을 마시는 바를 합친 '컨비니어슨 바'가 대표적이다. 일본 회사 '술의 미술관'은 훼미리마트 등 편의점 내부에서 작은 바를 운영하는 새로운 업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1잔에 500엔(약 5000원) 위스키와 편의점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쉽게 좋은 술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줄어드는 일본 음주인구를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편의점 옆에 바를 운영하니 편의점 이용객이 늘고 1인당 구매단가도 상승했다"며 "일본 기업은 미고객(자사의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이라는 개념으로 시장을 살핀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새로운 쓰임새를 전하거나 고객이 아니었던 사람을 고객으로 만드는 활동이 (소비에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또 "일본 Z세대는 절약정신이 강하다. 한국 역시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돈을 쓸 곳과 쓰지 않을 곳을 확연히 구분하는 소비형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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