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우리금융 M&A까지 조준하는 금감원 "상 줄 생각은 없다" vs "관치금융"[암초 만난 은행권 M&A]

박문수 기자,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4 18:14

수정 2025.02.05 10:02

인수합병 ‘계약금 몰취’ 조항 지적
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미션'은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 확립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막겠다는 것이고, 임 회장은 배수의 진을 쳐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4일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가 중국 다자보험과 맺은 인수합병(M&A) 계약 내용 중에서 '계약금 몰취' 조항을 지적하자 금융업계에선 이복현 금감원장과 임종룡 회장의 '기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을 동양생명·ABL생명 주식매매계약에 포함시켜 놓고도 이사회에서 공식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2024년 금융지주·은행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임 회장 입장에서 '상'이란 결국 M&A 성사를 통한 종합금융그룹 위상 확립인데 상을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은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주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일반적인 금융권 M&A에서 흔하지 않은 (계약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한) 계약 파기에 따른 계약금 몰취 조항을 넣은 것은 일종의 배수의 진"이라며 "금융당국이 현 경영진의 귀책 사유가 아닌데도 M&A를 무산시켜 '국부' 1500억원이 중국으로 넘어가도록 두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우리금융지주가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아 계약이 무산될 경우 임 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 각각 은행, 증권사·보험사 실적에 기반해 그룹의 경영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아직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사 인수도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 원장은 "경영실태평가와 관련된 것 중 하나는 대규모 내부통제 실패사례를 빨리 처리하는 것과 대형 M&A 승인 신청 심사를 해오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소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우리금융이 인수 신청을 한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2개월 안에 심사하거나 예외로 기한을 늘릴 순 있지만 민감도가 있는 사건에서는 가급적으로 원칙대로 처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가 이사회 개최에 있어서도 내규를 무시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을 추진할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금융이 이사회 개최 불과 20분 전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임 회장은 ABL생명·동양생명의 주식 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개최했다.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내용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는 정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그 전에 자신이 하겠다고 했던, 그룹 내부에서 기대했던 증권사와 보험사의 인수 마무리는 물론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룹 안팎에서 이번 인수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인 만큼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계약금 몰취 조항은 국가 간 M&A 거래에 일상적으로 들어간다"면서 "M&A가 사인 간의 계약인데 이를 금융사고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거론하는 것은 일반적인 금융사고에 대한 검사와는 거리가 있다.
일종의 관치금융"이라고 짚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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