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고성능 AI를 개발했다.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이것이 미국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 등장은 미국의 AI 산업 주도권 및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회사들은 대규모 투자로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딥시크는 과연 그 정도로 투자가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투자 감소는 미국 경제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2.3%로 3·4분기 3.1%보다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4.2% 증가했는데도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GDP의 15%를 차지하는 설비투자가 2.2% 감소했기 때문이다. 딥시크 충격으로 미국 AI 관련 기술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딥시크는 미국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딥시크 충격이 있던 날(1월 27일)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에 17%나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딥시크 사건을 계기로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 여부를 숙고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미국 주가는 기업 수익이나 거시경제 변수에 비교하면 과대평가 영역에 있다. 예를 들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배당수익률이 최근 1.2%로 역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명목 GDP에 비해서도 21% 정도 과대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 동안(2015~2024년) 미국의 연평균 명목 GDP는 5.2% 성장했는데, S&P500 연평균 상승률은 12.2%로 높았다. 그러나 정보통신 거품이 붕괴했던 2000~2010년에는 각각 4.2%와 1.0%였다. 그런 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실제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 최근 2년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4.7%로 2000년 이후 평균(5.7%)보다 낮다. 미국 가계가 소득보다 소비지출을 더 늘렸다는 의미이다. 설비투자 감소와 더불어 소비가 줄어들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지난 역사를 보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가 역전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이번 장단기 금리차 역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편 딥시크는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을 부추길 것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등 규제는 오히려 딥시크 같은 중국 AI 기업들을 혁신하도록 만들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 기업들은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경쟁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가성비와 속도로 상품을 개발해서 시장을 장악했다. 그 뒤로는 성능마저 끌어올려 경쟁자를 무너뜨린 경우가 많았다. 전기차나 로봇청소기 등에서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는 미국이 중국에 더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이 극단적으로 딥시크 다운로드를 전면 금지하거나 중국 AI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저사양 반도체 칩까지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AI 시대의 거대한 대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딥시크의 저비용 AI 개발은 중국의 다른 기업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 기업도 AI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는 더 늘고 우리는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딥시크는 우리 젊은 공학도들에게도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딥시크 같은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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