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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尹 정치인 체포지시 인정… 尹 "아무일도 안 일어나"[탄핵정국, 헌재의 시간]

정원일 기자,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4 21:07

수정 2025.02.04 21:07

5차 변론기일… 증인신문 진행
이진우·여인형 前사령관 증언 거부
눈 감은 尹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이날 변론에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동취재단
눈 감은 尹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이날 변론에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동취재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 말씀하고 계신 여러 가지 심경을 말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지시도 인정하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직접 "계엄을 신속하게 해제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계엄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진우·여인형 前 사령관 증언 거부

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은 모두 내란 주요 인물로 지목돼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증언을 거부했다.

가장 먼저 증언대에 선 이 전 사령관은 "제가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공소가 제기된 상황"이라며 "정말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말씀드리는 것이 상당히 제한되는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나", "윤 대통령이 뭐라고 지시했나" "대통령이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나"라는 국회 측의 질문에 대부분 "답변이 제한된다" 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일관했다.

앞서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해당 내용은 표결을 통한 계엄 해제 권한을 갖는 국회 무력화 시도 정황으로 지목된 부분이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이 전 사령관이 이 부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 증언대에 선 여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측 질문에 대부분을 "형사재판에서 중요하게 다퉈야 할 문제라 답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쟁점이 됐던 '체포명단'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도 입을 닫았다. 다만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특정명단' 대상자의 위치 파악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군 수뇌부들의 증언 회피는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의 증언 내용은 사실상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든가,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을 진술을 회피하는 형태로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들도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만을 갖고 사실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정황 사실로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홍장원 "지금도 이해 못 해"

홍 전 차장의 경우 피고인 신분인 두 전직 사령관이 입을 닫은 것과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면하면서 당시 체포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12월 3일 오후 10시53분께 전화해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는 취지로 말했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도 이런 분들을 왜 체포해서 구금해 조사하려고 했는지 아직 이해 못 하겠다"며 "윤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 말씀하고 계신 여러 가지 심경을 말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발언권을 얻어 직접 논란이 되는 체포지시 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느니, 받았느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제가 먼저 브리핑 룸으로 가서 군을 철수시켰고, (국회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면 곧 계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계엄을 신속하게 해제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을 이어간다.

one1@fnnews.com 정원일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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