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테슬라 21.5배 투자 늘릴 때, 현대차 2.7배 증가...美中 투자집중도 심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5 15:18

수정 2025.02.05 16:14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
미중 중심으로 투자 축 양분
中, 10년간 순위권 진입 확대
日, 獨, 英 등은 순위권에서 일부 탈락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전환 필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가 지난 10년간 21.5배, 15.8배씩 투자액을 증가시킬 때, 현대차 투자액은 2.7배 증가에 그쳤다. 절대적인 투자액수도 현대차를 앞지른 상태다.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엔비디아의 연간 투자액은 10년 만에 8.2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투자액은 6.7배 증가했으며, 양측의 투자액 추이 기울기는 더욱 벌어질 모양새다. 정보기술(IT)기업의 리더인 미국 메타의 투자액이 32.4배 증가할 때 네이버는 2.0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 첨단분야에서 양강 구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추세라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기업들이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별 R&D 고성장 기업의 투자현황 (단위: 억 유로)
산업별 R&D 고성장 기업의 투자현황 (단위: 억 유로)

대한상공회의소가 5일 발표한 세계 연구개발(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 현황에 따르면 미국이 기업 수(681개사)와 투자액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이 급속도로 투자액을 늘리며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기업 수는 405개 늘었고, 투자액은 11.5배 증가했다. 상위 10개국 중 10년간 기업수와 투자액이 계속 증가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한국 기업은 순위(8위)는 유지했으나, 기업 수가 14곳 감소했다. 이런 수치는 EU 공동연구센터가 지난 12월에 발표한 '202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의 2000대 기업명단 분석에 기반한 것이다.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681개)과 중국(524개)의 기업 수는 1205개로 전체의 60.3%를 차지했고, R&D투자액의 합은 7477억 유로로 전체의 59.5%에 달했다. 미국기업 투자액은 2013년 1910억 유로(전체 투자액 중 미국기업 비중 36.1%)에서 2023년에는 5319억 유로(전체의 42.3%)로 약 2.78배 증가했다. 중국은 2013년 기업 수로는 119개사로 4위, 투자액은 8위(188억 유류)였으나, 2023년에는 기업 수 524개, 투자액 2,158억 유로로 2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투자액은 10년간 약 11.5배 증가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산업별 R&D 고성장 기업의 투자현황 (단위: 억 유로)
산업별 R&D 고성장 기업의 투자현황 (단위: 억 유로)

중국 기업 수가 증가한 만큼, 일본, 독일, 영국 기업의 경우 일부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 기업 수도 2013년 54개에서 2023년 40개로 줄었지만, 순위는 10년 연속 8위를 유지했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초기술 R&D 강화, 반도체 대기금, 배터리 보조금 등 대규모 투자자금 및 R&D 지원, 각종 세금감면 등 세제지원, AI 육성 위한 규제완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도 반도체 지원법 등과 같은 입법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해 기업들을 옭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도 미래 기술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 분야별로 R&D투자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 산업에서는 엔비디아가 2013년 9.6억 유로에서 2023년 79억 유로로 8.2배 늘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의 SK하이닉스가 6.7배, 미국의 AMD가 6.1배, 대만의 미디어텍이 5.1배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199억 유로로 반도체 기업 중 1위였으며, R&D 투자액은 10년간 약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모두 AI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실제로 엔비디아, AMD는 고성능 AI칩, SK 하이닉스는 AI를 위한 HBM 반도체,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등 온디바이스 AI칩의 선두주자이다.

IT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산업에서는 미국의 메타(페이스북)가 10년 전 대비 32.4배 증가한 332억 유로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중국 1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15배, 이어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의 세일즈포스가 10.1배 증가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도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 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상향 및 일반 R&D에 대한 공제율 상향 등 세제지원을 통해 연구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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