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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을 자회사로" 혼다 발표에…'합병' 없던 일 됐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5 18:04

수정 2025.02.05 18:04

당초 지주사 산하에 두기로 협의
혼다, 닛산의 구조조정에 물음표
대등한 경영 원했던 닛산 '반발'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경영 통합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양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통합을 추진했지만 혼다가 닛산의 자회사 방안을 타진하면서 닛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결국 자동차 기술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 인공지능(AI), 자율주행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체질 개선을 위해 통합을 검토했지만, 발표 두 달 만에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자도생을 결정한 것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이날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MOU)를 철회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양사는 향후 통합 협의를 다시 진행할지, EV 등 특정 분야에서 협력만 지속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경영 통합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양사는 2025년 6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 후 각각의 회사를 산하에 두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했다.

다만 혼다는 경영 통합 협의의 조건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닛산이 재건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지를 따졌다. 닛산은 재건 계획을 세웠지만 지역별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가 거세 일정이 지연됐다. 닛산은 전 세계적으로 9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혼다는 이 조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또 혼다는 지주회사 내 통합 비율을 둘러싸고 대등한 입장을 요구하는 닛산과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통합 무산으로 분위기가 급변한 건 혼다에서 닛산을 자회사화하는 방안을 낸 시점부터다. 닛산의 회생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만든 뒤 혼다 주도로 경영을 재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닛케이는 "대등한 경영 통합을 원하는 닛산 내부에서 반발이 커졌다"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통합 협의가 일단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의 향방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 등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 협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기술 격차와 저가 공세에 버티며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선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게 혼다와 닛산의 통합 배경이었다. 양사는 통합 발표 당시 "배터리나 모터 같은 장치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규모의 경쟁을 위해선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서 체질 개선이 요원해졌다.

시장에서는 콧대 높은 일본차 브랜드가 여전히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전성기 시절부터 독자기술에 대한 자부심인 이른바 '자사주의'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기업마다 고유의 엔진 개발 철학과 부품 생산 체계를 고수하는 관행이 오랜 세월 뿌리박혀 있어 합작회사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이해관계 충돌과 내부 갈등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잖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일본차끼리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일선 현장과 기업문화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닛산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양측의 주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경영 통합은 사실상 무리"라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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