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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술패권 좌우한 R&D, 우리는 되레 뒷걸음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5 18:19

수정 2025.02.05 18:55

'딥시크' 중국 10년간 11.5배 늘어
과감한 지원책 서둘러 치고 나가길
주요국 R&D 투자액 증가 규모
주요국 R&D 투자액 증가 규모
세계 기술패권은 압도적 연구개발(R&D) 투자 산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발 인공지능(AI) 쇼크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우월한 지위는 결국 R&D 투자가 결정지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IT기술에선 최선두였으나 AI 산업에선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앞선 국가와 기업들의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참고해 기술을 끌어올리고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할 것이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의 '202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 2000대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세계 R&D 투자의 양대 축은 미국과 중국으로 쏠림이 너무나 뚜렷했다.
10년 동안 급격히 투자를 늘린 결과 두 나라의 2023년 R&D 투자 규모와 기업 수가 각각 전체의 60%로 불어났다.

둘 중 규모 면에선 여전히 미국이 부동의 1위이지만, 성장세는 중국이 탁월했다.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는 2023년 524개로 10년 새 400개 이상 늘었다. 투자액도 11배 이상 증가했다. 상위 10개국 중 10년간 기업 수와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했다. 그 대신 10년 전 중국보다 위였던 일본, 독일, 영국은 줄줄이 뒤로 밀렸다.

미국은 2000대 순위로 올라선 기업이 10년 새 13개 증가에 그쳤지만 기업 수는 681개로 늘어나 글로벌 위상은 확고했다. 전체 투자액의 42%가 미국, 28%가 중국이었다. 지금 세상을 놀라게 하는 AI 기술이 두 나라에서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의 맹렬한 투자와 국가의 종합적 지원이 결국 기술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 세계 빅테크의 허를 찌른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과도 다름 아닌 이런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딥시크는 수많은 중국 AI기업 중 하나일 뿐이고, 딥시크를 능가할 기업 후보군이 즐비하다는 분석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수십년간 추진해온 기술인재 양성 시스템과 기술투자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를 토대로 기업들이 원없이 도전하고 투자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 지금의 기술굴기를 이뤄낸 것이다.

중국보다 한수 위를 자처했던 우리는 이제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분석자료를 보면 2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 수는 10년 새 54개에서 40개로 오히려 줄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10년 새 2~2.7배 기술투자를 늘리는 동안 중국 비야디(BYD)의 투자액은 16배, 텐센트는 15배 폭증했다. 이대로면 전체 AI 기술력에서 중국을 뛰어넘기는커녕 3위 자리도 꿈일 뿐이다.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끌어낼 세제개선 등 제도적 뒷받침을 서두르고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R&D 지원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수십년을 내다보는 기술인력 수급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웃 나라의 성취를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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