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민주주의와 디베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6 18:31

수정 2025.02.06 19:17

최승재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 변호사
최승재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 변호사
민주주의의 핵심이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통에 있다.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존재하는 다양한 생각들이 논의의 장에 제시된다. 그리고 그 논의의 장, 즉 디베이트의 공간에서 정제된다. 낮은 속삭임도 귀 기울여 듣고 그것의 타당성·합리성을 취하고 우려를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주의 디베이트 공간의 모습이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입법을 위한 열린 토론으로 상법개정 디베이트에 참석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가 개최한 토론회는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적 연결성이 있다. 그리고 그 연결성으로 인해서 법은 '경로 의존성'을 가진다. 사람들은 과거 자신이 살았던 세상을 보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리석게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린다. '경로 의존성'은 일면 법을 통해서 사회에 안정성을 주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 법은 여러 의존하는 체계들을 쌓아올린 것으로, 하나만을 무작정 빼거나 넣어서는 안 된다. 경로를 유지하되 체계를 모두 고려하여 변화를 추구해야 사회에 롤러코스트를 탄 불안정성을 주지 않는다. 불안정하고 예견 불능한 미래는 경제를 망친다. 이를 막는 것이 법이다.

인간은 자신이 한 주장을 철회하기 어렵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무결성을 주장하는 인간의 이런 단점이 건강한 민주주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좁은 회랑'은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는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가능하다.

이는 독재적 리바이어던(강력한 국가)과 부재의 리바이어던(무정부 상태) 사이에서 자유를 유지하는 공간, 이 좁은 회랑을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자유와 번영을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 이 '좁은 회랑'은 2024년 노벨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의 책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에서 사용된 개념이다. 소통과 토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는 다양한 힘에 의해 통제된다. 그 중요한 힘의 하나가 디베이트에서 나온다. 디베이트는 그 전제가 디베이트를 통한 교정 가능성, 변화 가능성에 있다.

몽테스키외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에는 두 가지 공화국이 있었다. 하나는 군사공화국인 스파르타와 같은 사례가 있고, 다른 하나는 상업 공화국인데 그 예의 대표가 아테네이다. 한 종류의 공화국에서는 시민이 아무 일도 하지 않기를 원했고, 다른 한 종류의 공화국에서는 노동을 사랑하게 하려고 애썼다('법의 정신'·문예출판사 71쪽).

'좁은회랑' 밖의 국가들의 특징도 부지런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좁은 회랑'·시공사 184쪽). 자유와 번영으로 가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다이내믹스의 핵심은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애쓰모글루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과 같이 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회랑이라고 표현한 이유이며, 자유를 얻는 과정은 한 차례의 절차가 아니라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점에서 진입도 어렵지만 이탈도 쉽다.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의 하나가 국가권력을 가진 입법, 행정, 사법의 각 주체들이 사회 구성원과의 생산적 디베이트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각 쟁점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동학(動學)으로서의 '좁은 회랑'을 이탈하지 않고 경로를 유지하여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경제 기적에서 정치 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결론이 정해지지 않은, 우리가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디베이트를 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입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은 기존 체계를 경로변경할 때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잊어버리고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최승재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