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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의 실사구시] 제3차 연금개혁 전쟁, 이젠 끝낼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6 18:31

수정 2025.02.06 19:17

與 구조개혁-野 모수개혁
함께 갈 자전거 2개 바퀴
지금이 연금개혁의 適期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작년 5월 무산됐던 연금개혁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연금개혁안의 2월 중 국회 처리를 제안했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연금개혁 논의를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연금개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정치의 장이 열렸다.

그렇지만 연금개혁에 대한 여야의 기본입장은 다르다. 국민의힘은 연금재정 안정에, 민주당은 노후소득 보장에 중심을 두고 있다.

재정안정론은 현행 국민연금의 저부담·고급여 수급부담 구조를 방치하면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적립기금이 소진될 수 있고, 미래 세대의 부양부담이 가중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소득보장론은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으나 대다수 국민은 은퇴 이후를 대비한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2023년 38.2%)을 완화하기 위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여당은 근본적 구조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이른바 모수(파라미터) 개혁을 하자는 입장이다.

재정안정 없는 소득보장은 공허하고 소득보장 없는 재정안정은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은 상치되지만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함께 굴러가야 할 자전거의 두 개 바퀴로 비유될 수 있다.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둘러싼 논쟁도 두 가지가 상반된 것이 아니라 모수개혁이 구조개혁의 부분집합이고, 여야 모두 구조개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충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연금개혁 불씨가 현재와 같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도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난해 5월 연금개혁이 무산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이뤄졌고, 정부도 세밀한 연금개혁 방안을 제안한 상황이어서 이제는 국회 차원에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하면 된다. 더욱이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대통령 선거와 신정부 정립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여야 대립구도가 더욱 격화될 수도 있어 지금이 아니면 연금개혁은 또 한참 동안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 대비 9%에서 13%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는 여야의 입장 차이가 없다. 소득대체율에 있어서는 정부가 현행 40%(평균소득자, 40년 가입 기준)를 42%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므로 야당이 주장하는 45%와 간격만 좁히면 된다. 다행히 2월 6일 여야가 모수개혁을 먼저 하고 구조개혁도 추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 여야정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 관련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여야가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정국을 대화와 협력 국면으로 극적으로 전환시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모수개혁은 시급한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고, 구조개혁은 노후소득 보장 시스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므로 모두 중요하다. 다만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와 갈등을 풀기 위한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고, 설사 구조개혁을 한다 해도 수급·부담 구조 균형을 위한 모수개혁이 전제돼야 하므로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하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다.

연금개혁이 지연되면서 청장년층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재정 안정화가 더욱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미래 불안도 가중될 수 있다. 연금개혁은 2017년 이후 8년 넘게 논란을 거듭하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결정은 화룡점정만 남은 상태이고, 구조개혁의 쟁점도 분명해졌다.
제3차 연금개혁 전쟁, 이제 종결할 때가 되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