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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에 발목잡힌 기업의 절절한 호소 들리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6 18:33

수정 2025.02.06 19:18

경총 회장, 경영 위기 호소문 발표
여야는 외면 말고 경제부터 돌봐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국론분열과 이념갈등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담은 호소문을 6일 경총을 대표해 발표했다. 손 회장은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을 위한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가중되는 정치 혼란에 이념·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론이 분열됐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파탄에 경제가 큰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기업들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라는 심경을 토로했다.

경제단체장이 정치권의 분열과 사회갈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와 기업의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다.

경총은 정부와 정치권에 할 말이 있어도 기업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는 정도가 관례였다. 정치권의 이슈에 참견했다가 기업들에 불똥이 튈까 봐 의견 표명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었다. 이날은 호소문이라는 이름의 발표를 통해 현 시국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경제단체장이 오죽하면 이념갈등과 국론분열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을까. 올 들어 수출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기업들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기업들은 애간장을 태우는데 탄핵정국 속의 정치는 서로 공격하고 헐뜯는 데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판에 정치 리스크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치적 대결 격화로 국민의 분열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이념갈등이 한국의 경제 토대를 심각하게 침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질문 응답자의 92.3%가 우리나라 사회갈등 가운데 진보와 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10년 후 우리 사회에서 심각해질 사회갈등 유형에 대해서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87.6%로 비중이 매우 높았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뜻이다. 공허한 이념갈등에 경제성장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미래에도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아찔하다.

손 회장의 질타에 정치권은 어떤 답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매몰된 탄핵 공방에서 속히 빠져나와 경제를 돌보고 기업의 애로를 들은 뒤 풀어줘야 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를 자유화하는 쪽에 오히려 지금은 포인트를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인공지능 등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방안을 담은 경제성장 담론을 발표했다. 급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성장의 회복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성장을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며, 뜻밖이다.

문제는 말뿐인 여야의 태도다. 실천으로 옮기는 진정성이 부족하다. 여야가 일제히 성장 담론을 강조한 것은 대선을 염두에 둔 표심 잡기의 일환일 것이다.

기업의 경영난과 국민의 고통을 공감한다면 정치권은 대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등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하나둘이 아니다. 지금은 공허한 성장론만 떠들 만큼 한가할 때가 아니다.
기업의 대표 단체인 경총의 간절한 호소를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