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사교육 한번 없이 전교 1등 할 수 있었던 네 공부 방법, 궁금해."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슬기(정수빈 분)는 어려서 실종 아동이 된 후로 지방 보육원에서 자란다. 지옥 같던 현실에서도 생존을 위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그는 부모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로 상경하자마자 아버지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마주한다. 이후 그는 대한민국 상위 1% 학생들이 모인 채화여고로 전학을 가고, 전학 첫날부터 외모부터 집안 성적까지 완벽한 전교 1등 제이(이혜리 분)의 눈에 띈다. 제이는 학원과 과외 지원 없이도 전교 1등을 해왔다는 슬기에게 관심을 보인다.
지난 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STUDIO X+U 드라마 '선의의 경쟁'(극본 김태희 민예지 / 연출 김태희)의 1~4화가 처음 공개됐다. '선의의 경쟁'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청소년관람불가의 하이틴 드라마로, 고3 여학생들 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스터리를 덧입힌 '걸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한다. 근래 주목받았던 '청담국제고등학교' '피라미드 게임' 등과 같은 학원물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를 어떤 목적으로 전개하는지 와닿지 않는다. 이야기 구성이 탄탄함에도 앞선 드라마들과 달리 작품의 궁극적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드라마는 1~4화에서 슬기의 어린 시절부터 채화여고 전학까지 탄탄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슬기에게 접근하는 제이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얼굴 뒤에 감춘 진짜 얼굴은 무엇일지도 보는 내내 궁금증을 안긴다. 슬기와 자리를 바꾸면서까지 제이 옆자리에 앉았던 김나리(고다현 분)의 행방 또한 미스터리하다. 제이와 친한 듯 보였던 예리(강혜원 분) 그리고 최경(오우리 분) 사이 묘한 긴장감까지, '선의의 경쟁'은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는 흡인력을 보여준다.
슬기와 그를 둘러싼 채화여고 학생들의 서사가 주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슬기 부친의 미스터리한 죽음의 비밀 또한 드라마를 더욱 궁금하게 하는 동력이다. 슬기의 아버지 도혁(이원재 분)은 채화여고 선생이자 수능출제위원으로, 제이의 아버지인 J메디컬센터 원장인 태준(김태훈 분)이 수술을 집도했으나 사망했다. 태준은 도혁이 급성패혈증이었다며 병원에 오기 전부터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의적 의료 사고가 있었던 것인지 그 비밀 또한 주목된다.
제이를 연기한 이혜리를 제외하고 다수가 시청자들에게 낯선 신인급 배우들이다. 정수빈은 슬기 그 자체로,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슬기는 '선의의 경쟁'에서 환경의 변화와 감정의 진폭이 가장 큰 캐릭터로, 극 초반의 모습부터 채화여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모습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섬세한 연기로 극을 끌어간다. 강혜원 오우리 또한 캐릭터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연기력으로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 간다.
임팩트가 큰 캐릭터는 이혜리가 연기한 유제이다. 극 초반부터 채화여고 입학식에서 영어 연설을 하는 모습으로 강렬하게 등장한다. 다 가진 병원장 딸답게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끌고, 어딘가 서늘하고 싸한 얼굴과 삼백안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슬기와의 미묘한 기류를 끌어가며 극 초반 GL(Girl Love) 코드가 드러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슬기에게 접근하기 위해 감정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비쳐진다. 이를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는 단조롭다. 피상적 연기로 표현력의 한계도 드러난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수위가 자극적이진 않다. 이혜리와 정수빈의 동성간의 키스신이 담겼지만, 김태희 감독은 이를 불편하지 않게 담아냈다. '걸스릴러'라는 장르를 내세운 작품답게 여성 캐릭터들 간의 미묘한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이어가고, 미스터리 요소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전개와 연출도 비교적 매끄럽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의대 진학 선호 현상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회 문제와 교육 현실도 적나라하게 담겼다.
다만 작품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4화까지는 작품의 존재 목적을 감추고자 한 것이 감독의 의도일까. 내러티브는 있지만 이를 통해 드러나는 메시지나 지향점이 보이지 않고 매우 모호하다는 의미다. 슬기 아버지의 미스터리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으로 스릴러라는 서사적, 장르적 재미를 주고자 한 의도는 읽히지만, 전체적으로 이 드라마가 입시 경쟁 현실이나 성적 서열화, 학교 폭력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은 것인지, 10대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내면을 그리는 데 방점을 찍는 것일지, 퀴어 코드를 통한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고 싶은 것일지 불분명하다.
'선의의 경쟁'은 총 16부작으로 오는 10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매주 월~목요일 0시 U+tv와 U+모바일tv를 통해 매일 1편씩 새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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