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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가는 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9 19:24

수정 2025.02.09 19:40

고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지난 1월 17일, 베트남발 항공기 한 대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탑승객 153명은 여느 때처럼 입국장으로 향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절차가 적용되었다. 탑승객 전원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즉시 세관검사를 받도록 안내된 것이다. 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마약범죄를 국경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해 관세청이 새롭게 시도한 검사 방법이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총 862건, 787㎏에 달한다.

이는 약 26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집계되어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은 각각 207.1%, 44.2% 증가했다고 한다. 마약범죄가 특정 계층을 넘어서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관세청은 '입국심사 전 세관검사'를 본격 도입했다. 정보 분석을 통해 우범 항공편을 선별한 후 탑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리는 즉시 세관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사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위험성이 높은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검사의 효율성과 적발률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여 검사 대상이 누락될 가능성을 줄인다.

또 단순 적발을 넘어 마약 밀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밀수범들은 단속망의 허점을 찾아 마약을 반입하려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철저한 검사가 시행되면 세관 감시를 회피할 여지가 크게 줄어들고, 밀수 시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마약 반입 적발 사례가 증가하면서 결국 '밀수는 실패 확률이 높은 위험한 시도'라는 인식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각심이 확산될수록 범죄예방 효과는 더욱 커진다.

물론 오랜 비행 후 귀가만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리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예상치 못한 긴 대기줄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현재 마약범죄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입국심사 전 세관검사는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선진적 관세행정으로,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지만, 국민 여러분의 너른 이해와 협조가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관세청 또한 여행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현재 열화상카메라,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등 첨단장비를 적극 도입해 검사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검사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계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여행객의 동선을 고려해 검사 절차를 최적화하고 사전 안내를 통해 불필요한 혼선을 방지할 예정이다.

마약 단속망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특송화물, 국제우편, 해상화물까지 빈틈없이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선별시스템을 개발해 고위험군 항공화물을 선별하고, 엑스레이 검색 장비 및 이온스캐너·라만분광기 등을 활용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성능 신형 컨테이너 검색기와 수중 비디오 촬영 장치 등 해상화물 최신 감시장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미국·태국·베트남 등과 국제공조 또한 더욱 긴밀히 추진해 단속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관세청은 국경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단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마약 청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독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고광효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