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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K9 자주포 수출...기회 잘 살려야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1 06:00

수정 2025.02.11 07:49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베트남에 퇴역함정 제공 등 추동력 높여오다 K9 수출 가능성 높아져
 -K-방산, 필리핀 이어 베트남 등 아세안 확대는 인-태 전략 시행의 성과  
 -공산권 국가로 K-방산 안보협력 확장은 한-쿠바 수교처럼 北 고립 효과  
 -한국, 베트남엔 대척점에 있는 중국 견제 해양안보 자강역량 확보 기여 
 -美에 K-방산 주목, 한미동맹은 인-태 중심 대중 견제 MAGA 기여 자산 인식  
 -K-방산, 외교안보 구성품...무기수출→지역안보→국제안보 진화에 눈 떠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 출범 후 무역전쟁 1차전이 개시된 가운데 대미 무역흑자 4위국인 베트남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게 베트남은 K-방산 차원에서 유의미한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지난 2여년 간 한국과 베트남 간 K9 수출을 위한 다양한 교류가 있어왔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월 중 계약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는 국내·외적 도전 속에서도 K-방산이 전진을 이어간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소식이다. 사실 베트남에 대한 K9 수출이 무르익은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K-방산의 끈질긴 ‘노력’의 결실이다.

과거 한국이 퇴역함정을 제공하면서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이 추동되었고 이러한 국방협력이 이번 K9 수출 성사 가능성을 높인 것이라는 점에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베트남에 대한 K9 수출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여러 기대효과도 가능할 것이다. 첫째, 베트남에 대한 후속 방산수출의 청신호가 될 것이다. 베트남처럼 아세안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은 한국에서 최신예 함정을 수입했고, FA-50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 FA-50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도 대규모 K-방산의 고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베트남이 아세안 국가라는 점에서 한-아세안연대구상(KASI)과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실행력 제고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이 과감하게 사실상 최초의 세계전략에 해당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시행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제는 그 성과를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이 K-방산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한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에 대한 성적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셋째, 베트남이 공산권 국가라는 점에서 K-방산의 확장성을 예고하는 성격이 있다. 베트남이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채택하여 성장을 이어온 만큼 K-방산이 이와 유사한 다른 국가에게도 확장될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넷째, 공산권 국가와 무기체계 협력이라는 고강도 안보협력에 나선 것은 다른 국가와 대북전략 및 대북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이 쿠바와 수교함으로써 북한을 고립시키는 외교적 효과를 유도할 수 있었던 상황의 연장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미 레버리지와 대중 레버리지 제공 차원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우선 중국과 해양안보를 위해 대척점에 서있는 베트남의 해양안보 자강역량 확보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미국에게 현시함으로써 간접적인 대미 레버리지 제고 효과가 가능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을 지정학적 중심으로 가져와 대중국견제 수위를 높이려는 시나리오가 가능한 상황에서 동맹국 한국의 방산 역량에 주목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한미동맹이 단지 거래의 대상뿐 아니라 미국의 MAGA 질서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한 국가로 인식토록 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나아가 중국인 내해화를 시도하는 남중국해를 포함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국이 규칙기반질서를 지켜내기 위해 단지 수사적 메시지를 넘어 그 역량을 현시함으로써 대중 레버리지를 제고하는 간접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세계무대 곳곳으로 진출했고 그 확장성도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K-방산은 단지 무기수출이라는 1차 방정식이 아니라 한국의 외교안보 대전략의 필수구성품으로 재정립하여 지역안보와 국제안보라는 2차, 3차 방정식으로의 진화에도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