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세기 말, 태양력 도입과 함께 한국 사회는 '근대적인 시간'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전, 시계 없이 달력만으로도 충분했던 시대가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1896년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달력, 종, 오포, 사이렌, 시계, 라디오 등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통해 근대적인 시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시간을 3가지로 나눈다.
시계 보급 이전에는 종이 '소리 시계'로 통금과 새벽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일강제병합 이후 오포가 종을 대신했고, 사이렌은 더 넓은 공간에 시간을 전달하며 시보와 경보 기능을 수행했다. 사이렌 소리는 일상과 비상의 공존을 의미했다. 1930년대에는 시계와 라디오가 대중화되면서 근대적인 시간이 일상화됐고, 라디오 체조는 '동시성'을 경험하게 했다.
한편, 조선시대 사람들은 시계보다 달력에 더 익숙했다. 달력은 삶의 형태에 맞는 시간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음력이 양력으로 완전히 대체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시간의 근대화는 일본보다 늦게 진행됐고, '문명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시간이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파괴된 시간'의 연대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저자는 "지금 우리의 시간은 '파괴된 시간'의 유물"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우리는 시간의 의미를 수정하고, 시간의 틀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간 소거' 기술을 통해 절대적인 시간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시간 질서를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다.
△ 시간의 연대기/ 이창익 글/ 테오리아/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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