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철강 관세, 기업 직격
대미 투자, 에너지 수입 등 검토를
대미 투자, 에너지 수입 등 검토를
상호관세는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기는 유럽연합(EU)이 타깃인데, 미국과 98%에 이르는 제품 관세를 철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럼프의 무차별 관세 부과에 수출 중심국가 한국의 대응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확전일로다. 철강·자동차 등 대미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 하락, 미국산 대체 등에 따른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중국산 저가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철강업계는 미국발 보편관세 폭탄까지 맞게 되자 사면초가에 빠졌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기업의 전체 철강 수출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은 13%다. 미래차와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고부가 철강 수요가 많은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시장이다.
철강 고율관세는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때와 유사한 패턴이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대응이 요구된다. 당시 트럼프 정부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철강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한국 정부는 FTA 재협상을 병행하며 수출물량을 제한하는 무관세 쿼터제에 합의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추가 관세여서 협상으로 내줄 것은 다시 내주고 얻을 것은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25% 보편관세가 철강제품에 일괄 적용되면 현재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쿼터 263만t에 적용될 것이다. 미국이 기존 한국산 무관세 철강쿼터 자체를 무효화하자고 할 수도 있다. 한미 통상당국이 협상해 무관세 쿼터를 조정하거나 미국 내 투자와 현지 생산을 늘리는 등의 대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자동차 강판 공급을 위해 현지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 현대제철과 같은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대응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무역 불균형 해소, 자국 제조업 부활 등을 이유로 한국에 어떤 타격을 가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적어도 두어 달 후 미국 통상당국의 불공정무역 보고서가 완성되면 트럼프의 압박 공세가 구체화될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 축소, 방위비 증액 등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폐기와 같은 최악을 가정한 대비책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관세전쟁은 수조원의 수출과 수천 수만개의 일자리, 성장률이 걸린 한국 경제의 중대한 문제다. 대미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일본식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주는 것도 고려하면서 맞서는 수밖에 없다. 철강·자동차·배터리·전자 등 한국 주요기업들은 대외 협상력을 총가동하는 동시에 정부와 충분한 소통으로 최선의 전략을 마련하기 바란다.
대통령 부재로 정상외교가 패싱당하는 처지에서 오는 19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는 재계 경제사절단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정부는 할 수 있는 지원은 다 해줘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난국을 이기기 위한 지혜를 짜내는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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