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호흡만으로 95% 정확도로 폐암을 진단한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1 09:20

수정 2025.02.11 09:20

ETRI-분당서울대병원, AI 품은 전자코 개발
환자·정상인 181명 호흡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
실험자 호흡 채취 후 20분 만에 폐암여부 판별
ETRI 연구진이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내장된 멀티모달 센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내장된 멀티모달 센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TRI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호흡만으로 폐암여부를 알아내는 전자코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해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호흡으로 폐 속 암세포 덩어리에서 발생하는 다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로부터 얻은 센싱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결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부 △날숨 감지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팀과 10여 년간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임상시료 날숨을 채취해 표준기기와 가스센서를 통해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실험자들의 호흡에서 나오는 가스를 채취후 현장에서 AI 모델에 적용해 20분 내로 폐암 여부를 선별해냈으며, 그 검사 정확도가 95%에 달했다. 이 결과는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것으로 폐암 환자 선별검사 및 조기진단의 보완재 역할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내장된 멀티모달 센서.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내장된 멀티모달 센서. ETRI 제공
연구진은 "이 기술은 기존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의 장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폐암 조기진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며, 기존 의료 장비(저선량 폐 CT검사)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및 치료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조기 선별검사를 통한 치료·생존율 향상과 관련 의료기기 국내 시장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이전 및 출자를 통해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또 후속 연구를 통해 추가로 1000여차례 이상의 대규모 추가 폐암 환자 임상시험을 진행해 빅데이터를 구축, 시스템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 조기진단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 진단 가능성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연구진은 비만 환자가 운동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배출되는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코 시스템'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로써 환자의 운동량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어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