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관세 폭탄 예고' 美 진출 제약바이오, 잠재 성장 타격 우려

뉴스1

입력 2025.02.11 11:26

수정 2025.02.11 16: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11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11 ⓒ AFP=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관세가 매겨질 시 잠재적으로 성장에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의약 업계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약품 생산 규제에 따라 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cGMP) 허가 수준의 새로운 생산시설을 미국 내에 건설하기 위해서는 5~10년가량이 필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부과에 제약바이오 우려 증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어떠한 예외나 면제도 없다"(No exceptions or exemptions)"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이나 관세를 내고 싶지 않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시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의약품 수출 상위 품목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다.

바이오의약품 성장은 미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3억 6200만 달러(약 5262억 원) 수준을 나타낸 미국 대상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6억 9100만 달러(약 1조 원)로 전년 대비 91% 폭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국산 의약품 규모는 작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지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K-제약바이오 관세전쟁 예의주시…대응책 마련 속속

미국발 관세전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 회사가 꼽힌다. 이들은 대응 전략을 구축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안을 발표한 바 없으며, 실제 시행 여부는 추가적인 검토와 정책적 관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단기, 중기, 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단기적 대응으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최소 2025년 3분기까지 추가 수입 없이도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뒀다.

조기 소진이 예상되는 제품은 미국 현지 위탁생산(CMO) 기업 등을 통해 반입이 완료된 원료의약품(DS)을 활용해 완제의약품(DP)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기적으로 의약품 관세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DP보다 부담이 낮은 DS 수출에 집중하고, 현지 CMO 등에서 DP를 생산할 방침이다. 현지 기업과 협력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기지 인수와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곳곳에서 다양한 CMO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생산과 공급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美 의약 업계, 관세 면제 요청…자국서 생산시설 구축 5~10년 걸려

미국에서 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실제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로이터통신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 의약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약품 관세 제외를 요구했다.

현지 병원과 복제약(제네릭) 기업들은 무역 장벽이 미국 내 의약품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여파다.

병원 5000여곳을 대표하는 미국병원협회(AHA)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이번 관세가 암과 심장 치료제는 물론 중국산 아목시실린과 같은 항생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 의약품 생산시설을 구축하거나 옮기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미국의 cGMP 수준 규제 요구 사항을 준수하는 데 5년에서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트룽 후인 연구원은 "의약품은 규제 절차에 따라 제조 현장을 승인해야 하며 모든 테스트 생산을 모니터링해 활성 성분과 유통 기한 등의 일관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을 미국으로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