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근골격계 질병으로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은 A 씨는 8차례 병원을 옮기며 1407일(약 47개월)을 요양했다. A 씨는 진료계획서를 승인받은 후 전원해 다시 진료계획서를 제출하는 패턴으로 별다른 제재 없이 장기 요양을 이어갔다.
# B 씨는 어깨 부위 산재로 자가 요양을 승인받았지만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대형 깃발을 흔드는 모습이 TV 생중계에 찍혀 적발됐다. 근골격계질병 산재로 요양에 들어간 C 씨는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다 적발됐다.
표준요양 기간이 없는 산재보험의 제도상 허점을 악용해 초장기 요양 휴가를 즐기는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발표한 '산재보험 장기요양 실태와 주요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산재인 근골격계 질병이 다수 접수된 조선업과 자동차 업종을 조사한 결과, 조선업의 산재근로자 요양 기간은 평균 385.4일로 1년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업종은 산재근로자 10명 중 8명(81.4%)이 6개월 이상씩 장기 요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조선업의 평균 요양일은 254일에서 1.5배 증가했고, 자동차 제조업은 188.2일에서 1.31배 늘어났다. 특히 1년 이상 장기요양자의 비율은 조선업 2.2배(15.5%→34.6%), 자동차 제조업 4.5배(3.8%→17.2%)로 뛰었다.
산재 근로자의 무분별한 장기요양이 만연한 이유는 산재보험이 표준요양 기간을 두지 않고, 의료계 가이드라인도 따르지 않는 등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또 의료기관을 변경(전원)하거나 요양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제한 요양'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폐암을 이유로 산재를 신청했던 근로자 D 씨는 수술과 치료를 통해 직장 복귀(통원 치료)가 가능한 상태에서도 암 완치 판정 소요 기간(추적관찰 5년)을 사유로 5년의 요양 기간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초장기 요양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이른바 '나이롱 산재환자'가 늘면서 회사는 인력 부족에도 추가 채용을 하지 못하거나, 보험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애로사항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진짜 가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선입견으로 피해를 보는 문제도 심각하다.
보고서는 "주요 상황별 적정 표준 요양 기간을 마련하고 적용을 강화해야 한다"며 "요양 연장 및 전원 신청 심사를 강화하고, 신청 횟수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추가 상병 신청 범위 및 요양 기간 연장 제한, 추가 상병 신청 시 사업주 안내 신설 및 재해조사 강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특히 보고서는 1년 이상 장기 요양자에 대해 "가정에서 요양하는 재해자는 관리를 할 수 없어 근골격계 질환자가 이종격투기 운동, 불법 근로활동 등을 자행해 치료 기간만 늘어나는 사례도 있었다"며 장기 요양자에 대한 실태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하게 높은 보험급여도 가짜 산재보험 요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산재보험법상 '직업병 평균임금 산정 특례' 조문이 불명확해 근로소득보다 보험급여가 오히려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최근 산재보험 행정이 '산재 신속 처리'에 집중되면서 산재 요양 관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와 산재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요양 장기화 문제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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