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대전 초등생을 살해한 교사가 범행 두 달 전과 나흘 전 불안한 정신 상태를 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을 대상으로 직권 휴직 조치가 가능한 '질환교원심의위원회'(질환교원심의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는 6일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렸다. A 교사는 우울증으로 지난해 12월 약 3주 동안 휴직을 한 뒤 학교에 복귀한 인물이었다.
당시 교육청은 복직 후에도 불안정한 A 교사의 심리 상태를 파악했으나 질환교원심의위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 뒤 A 교사는 방과 후 돌봄 시간에 초등학생 8살 김하늘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대전교육청이 개최하지 않은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 질환을 앓는 교원이 장기·지속적으로 정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강제로 휴직시키거나 휴직 후 복귀를 판단하는 심의위원회다. 특별장학이나 감사 결과 정신·신체 질환으로 장기·지속해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심의를 요청받을 경우, 절차에 따라 업무를 중지할 수 있다.
하지만 A 교사는 심의위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휴·복직 관련 업무규정에 보면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서 교원이 복직을 신청하게 되면 30일 이내에 반드시 복직을 시키도록 돼 있다"며 "정신과 전문의가 해당 교사가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회복되었다라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이를 첨부해서 복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질환에 대한 휴·복직이 반복된다면 질환교원심의위이나 질병휴직심의위를 통해서 반복되는 사항에 대한 유심한 관찰이 있을 수 있는데 이번 건은 교사가 단 1회에 한해서 휴직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질병휴직심의위원회를 개최할 해당 사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전시교육청을 비롯해 서울시교육청에서도 2021년부터 4년간 심의위가 개최되지 않는 등 질환교원심의위 제도 자체가 교육 현장과 유리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교원단체들은 질환교원심의위가 열리는 경우가 없어 현장에서 심의위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제도 자체를 몰라 문제 해결의 옵션으로 고려조차 못했다는 뜻이다.
전국교사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는 "심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며 "(현장에서) 위원회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도 "잘 접해보지 못한 단어"라며 "현장에서 (심의위를) 많이 생소하게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자치 법규에 그치는 점도 현장 안착에 대한 실패 요인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의위원회는 자치 법규라 강제성이나 구속력이 약하다"며 "법령 수준에서 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