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대통령실

권성동 연설 30p 중 20p '이재명 때리기'…'조기 대선' 겨냥

뉴스1

입력 2025.02.11 15:57

수정 2025.02.11 16:0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했다. 총 30쪽 분량의 연설문 중 약 20쪽을 이 대표 비판에 할애했다. '조기 대선'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여당 입장에서 야권 1위 후보를 견제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약 44분 동안 연설에서 '민주당'이란 단어를 45번, 이재명 대표는 19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과거 성남시장, 경기지사 재직 당시 이 대표의 발언과 모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잘사니즘' 구상을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사회와 성장을 결합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성장'을 28번, '경제'는 15차례 언급하며 '실용주의 성장론'을 강조했다. 사실상의 대선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 전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재직 당시 "기본소득은 필생에 이루고 싶은 정책"이라고 했고, 성남시장 때 "재벌체제 해체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지금은 성장이 시급하다"며 자신의 과거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은 언제든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포퓰리즘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강조했다.

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과거 이 대표는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규정하며, '주한미군 철수도 각오해야 한다'라고도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그의 발언에 대해 "카멜레온의 보호색이 성조기 무늬로 바뀌었다"고 직격했다.

이날 연설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집권당이 현직 대통령 파면을 가정할 수 없는 만큼, 야당에 대한 안티 테제(대항 논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조기 대선을 부인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플랜 B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사무처에서 과거 대선 준비 과정을 되짚으며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정부의 일정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국정 운영 계획이나 포부를 밝히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당으로서 한계를 부각하고, 다수당의 횡포를 지적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기류가 당 지도부 내에서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상적인 여당이라면 트럼프 시대와 같은 이슈를 다루며 정책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의석수도 부족한 만큼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사실상 야당이나 다름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가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강성 지지층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여당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