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대보름은 다양한 세시 풍속과 음식을 통해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대표 명절 중 하나다. 하지만 현대 들어 정월대보름은 점차 잊혀가고, 서구 문화인 밸런타인데이가 2월의 대표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적 시각으로 계승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음식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다면 훌륭한 먹거리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
특히 정월대보름의 대표 음식인 오곡밥은 단순한 전통 음식을 넘어 '웰빙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주로 찹쌀에 팥, 검정콩, 수수, 기장, 조 등을 섞어 만드는데, 이 곡물들은 각기 다른 영양소를 제공하여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한다.
팥은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항비만 효과와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검정콩은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항암 및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이소플라본 12종이 들어 있다. 수수는 폴리페놀 성분으로 항암 및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며, 기장은 탈모 예방에 도움을 준다. 조는 철과 칼슘이 풍부해 뼈 건강과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정월대보름의 아홉 가지 나물까지 곁들이면 보름달처럼 꽉 찬 건강 식단이 완성된다. 특히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요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 만연한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예방책으로 잡곡 중심 식단이 주목받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한양대, 충북대와 함께 항당뇨·항고혈압 활성이 우수한 잡곡 블렌딩 기술을 개발하여 최적 혼합비율을 설정했다. 이 연구 성과는 항고혈압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항당뇨 선식 등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국산 잡곡의 산업화는 국민건강 증진과 소비촉진에도 기여할 것이다.
'오늘의 한 끼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말처럼, 매일 먹는 음식은 우리의 건강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영양 가득한 오곡밥 한 끼로 2025년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균형 잡힌 식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보길 바란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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