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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불확실성 속 '원 팀 코리아' 절실한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1 18:21

수정 2025.02.11 19:19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얼마 전 공전의 히트작 오징어게임 후속편이 공개되었다. 공개 하루 만에 글로벌 9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K드라마의 위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장면 하나. 바로 5인 6각 게임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목숨을 내건 게임의 관건은 결국 팀워크였다. 생존을 가르는 승부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면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의 절박한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 글로벌 환경은 불확실성의 안개에 뒤덮여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급을 전방위적으로 유예하겠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 교량, 고속도로, 운송시설 등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보조금 지급을 유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가 이들이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 나서는 것을 확인하고 적용 시기를 한 달 유예하기도 했다. 트럼트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겨누는 총의 탄창에는 실탄과 공포탄이 섞여 있다.

실탄이든 공포탄이든 일단 총소리가 나면 화들짝 놀라기 마련이다. 총성이 울리자 전 세계 증시가 즉각 반응했고,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즉시 상응하는 대응조치를 취하였다. 앞으로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는 자국중심주의,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는 더욱 높고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각국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심하여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반도체법을 통해 반도체 R&D와 혁신 지원을 위해 2030년까지 430억유로(약 64조4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도 IRA에 대응한 녹색전환 추진 전략하에 향후 10년간 150조엔(약 1435조9400억원)을 투자하고 최대 40%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자국 산업 육성에 혈안이 되었다.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일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전력을 다해 지원하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 예외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지원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이다. 현장에서는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반도체특별법 통과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부터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외 저명 교수들도 이번 상법 개정안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기업가치 제고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과거에 집중투표제를 먼저 도입했던 일본은 기업 경영권 위협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경험하고 1974년 이를 폐지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이미 해외에서 폐지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산업지형이 국가대항전으로 변화하면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선 정부와 국회, 기업의 팀워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필드에서 기업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 지원하면서 '원 팀코리아'의 파이팅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줄이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리스크가 한층 더 커지는 상황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당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이 똘똘 뭉쳐 협상력을 높이고 최선의 협상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불굴의 투지로 뭉친 팀워크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결이자 용기가 아닐까.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