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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의 심사숙고] 질주하는 중국, 주저앉는 한국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1 18:23

수정 2025.02.11 20:15

이석우 대기자
이석우 대기자

안면인식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국 디지털 보안 상황을 전인대 등 중국 내 주요 행사를 취재하며 체험할 수 있었다. 인민대회당 등 주요 행사장 출입이 안면인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꺼낼 일도 없었다. 출입구 10여m까지 다가가면 주변 대형 스크린에 사전 등록된 방문자의 얼굴과 이름 등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시진핑 주석 등 수뇌부 참석 행사에서 허술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방문객 출입절차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도 디지털 기술 덕택이었다. 베이징수도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설치된 사물함 등도 안면인식으로 열리고 닫혔다.



핀테크와 원격제어, 보안기기 작동 등에 안면인식 등 AI 기술이 폭넓게 들어와 있었다. 선전,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상용화에 들어선 자율주행 차량에도 AI 기술이 활용됐다.

이런 기술에 힘입어 안전요원도 타지 않는 무인·로보택시 서비스는 중국 전역에 확산 중이고, 운행 범위가 서울의 5배인 3000㎢를 넘어서는 우한 같은 곳도 나왔다. '중국의 구글' 바이두, 통신기업 화웨이 등이 커넥티드차의 자율주행 등 운영체제 구축을 신사업으로 삼고 주요 개발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추세를 보여준다.

광둥성 선전에 머물 때 '10분 총알배송 드론'으로 커피 등과 음식물을 시키곤 했는데, 배송의 정확성과 신속함에 놀라곤 했다. 광둥성에서는 10~200㎏의 짐을 하늘로 나르는 드론택배도 자리를 잡았고, 드론택시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바이두 등이 자율주행연구를 본격화한 것은 2013년. 공업정보화부의 '중국제조2025'에서 '첨단제조 10대 집중육성사업'에 자율주행산업을 포함시킨 것은 2015년이었다. 국무원은 2017년 '차세대AI발전계획'을 내놓으며 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2024년 7월 보고서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생성형 AI 특허출원건수는 3만8000건으로 2위 미국보다 6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제 상위급 학술지에 실린 AI 논문점유율도 중국 36.7%, 미국 22.6%였다. 특허건수 상위 10대 기관 중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은 6개였다. 전 세계 AI 유니콘기업 234개 가운데 중국은 71개로 미국(120개)을 뒤쫓고 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명확한 목표 아래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원을 쏟아부은 국가 혁신 리더십과 비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설 연휴 세계를 강타한 '딥시크 충격'은 '예정된 미래'였다. 전문대 이상에 개설된 585개 AI학과에서만 한 해 4만3000명 이상의 AI 인력이 쏟아져 나온다. 휴대폰 앱 없이는 금융거래나 교통수단 이용도 거의 불가능한 디지털 사회에 들어선 중국에서 AI 비중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AI 붐 속에 한 해 50만개 넘게 설립되는 AI 관련기업들은 자동차산업이 그랬듯, 적자생존의 무한경쟁 속에서 한 줌의 기업만 살아남는다. 정부는 이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고, 다시 '메이저리그'를 거쳐 대표기업들이 추려진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만큼 역할을 해 온 것이 실패에 굴하지 않는 도전하는 벤처정신이다. 이 같은 분위기와 에토스는 중국 기업들을 구동시키는 원천이 되고 있었다. 정부는 비전과 지원, 기업은 도전과 경쟁을 통해 혁신 생태계와 선순환을 구축해 왔다.

2024년 3월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리창 총리는 "'신형 거국체제'를 활용해 첨단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더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그 직후인 13일 리 총리는 바이두 등을 방문하고 AI 기업 대표들을 모아 회의를 갖고 독려했다.
중국은 새 성장동력으로 수소, AI, 양자컴퓨터, 녹색·저탄소산업 등을 꼽는다. 오는 3월 전인대에서 향후 5년간의 청사진이 나온다.
반도체 등 몇 분야를 제외한 전 산업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한 우리는 어떤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 중인가. 저성장 위기를 직시하며, 생존을 위한 혁신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때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