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국發 글로벌 패권경쟁 격화
한국 강점인 산업별 데이터 활용
모든 분야에 쓰이는 AI 대신
맞춤 모델 만드는게 경쟁력 있어
국산 칩 발전 선순환도 기대
LG도 원천기술 확보 잰걸음
스스로 발전하고 의사결정하는
LAM 기반 AI 에이전트 개발중
법률분야 타깃 시스템과 연계
업무 생산성 높이는 역할할 것
중국發 글로벌 패권경쟁 격화
한국 강점인 산업별 데이터 활용
모든 분야에 쓰이는 AI 대신
맞춤 모델 만드는게 경쟁력 있어
국산 칩 발전 선순환도 기대
LG도 원천기술 확보 잰걸음
스스로 발전하고 의사결정하는
LAM 기반 AI 에이전트 개발중
법률분야 타깃 시스템과 연계
업무 생산성 높이는 역할할 것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LG는 인공지능(AI)을 준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하며 데이터를 정비해왔다. 이를 통해 여러 기업들의 DX에 기여하고자 한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11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산업 영역별 특화 데이터들이 많아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영역별 특화 AI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장 AI 관련 모든 분야에서 잘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특정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LG AI연구원은 LG가 DX 전략을 추진하며 지난 2020년 12월 설립한 AI 연구기관이다. 그룹 차원에서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연구를 통해 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차세대 음성·영상 인식·분석 기술, 딥러닝 기반 언어 처리 기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판단을 예측하는 데이터 인텔리전스 등 최신 AI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작년 12월 최신 AI 모델인 '엑사원 3.5'를 공개하면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엑사원' 서비스도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 AI 연구·조사 기관 '에포크A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LG '엑사원 3.5' 모델이 '주목할 만한 AI' 부문에 등재되기도 했다. 다음은 배 원장과의 일문일답.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AI시장은 미국 빅테크 중심의 자본게임이 대세였지만 앞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AI 기업들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더욱더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AI 성능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하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다. LG AI연구원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데이터 컴플라이언스를 자동으로 검토하는 에이전트를 활용해 신뢰성 높은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5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성과를 꼽는다면.
▲그사이 AI 기술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했다. 기존에 딥러닝을 통한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생성형 AI 기반의 서비스가 쏟아진다. 우리도 그 안에서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가장 큰 성과라면 계열사들과의 협업이다. 여러 과제를 함께 수행하다 보니 이제 계열사들도 생산성 향상, 업무 효율화 관점에서 AI에 많이 관심을 갖고 실제 업무 적용에 나서고 있다. 이제 LG는 엑사원이라는 AI 파운데이션 모델도 갖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가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챗엑사원 사내 반응은 어떤지.
▲챗엑사원은 LG의 업무 전용 챗봇이다. 일반적인 생성AI 서비스가 아니라 LG그룹사와 계열사 업무 영역에서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올해 사용자 목표는 LG 계열사의 국내 사무직 8만명 중 2만명이었다. 그런데 최근 2만1000명이 활용하고 있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챗엑사원뿐만 아니라 이런 생성형 AI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 임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LG트윈타워에서 챗엑사원 체험 및 시연 팝업을 운영했다.
―연내 거대행동모델(LAM)에 기반한 AI 에이전트 개발이 목표라고 했는데.
▲시기를 봐야 할 것 같고 공개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고민이다. 요즘 AI 시장은 딥러닝→생성형 AI→AI 에이전트 순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생성형 AI는 대학생들이 잘 다룬다. 보고서를 쓰거나 학업 시 검색 도구로도 활용한다. 반면 일반 대중과 직장인들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에 서투르다. 어떻게 질문해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지,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들의 차이가 크다. AI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이런 AI 활용 격차도 줄일 수 있다. 스스로 발전하고 의사결정하며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AI 시장에서 이런 사례들이 쏟아질 것이다.
―추진 중인 특정 분야가 있는지.
▲법률 전문가를 돕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체계다. 회사가 원활하게 사업을 하려면 라이선스, 규제 관련 법안, 개인정보 침해 여부 등 법·규제 위반 여부 확인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 소수의 변호사가 수백만건의 문건을 다 검토하기 어렵다. 모든 회사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내부 자료를 읽고 분석해주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체계는 향후 논문으로 발표하고 여러 가지 활용 방법론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가 컨설턴트 수준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자료 검색, 분석 등의 시간을 줄여 사용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올해 목표다.
―우리나라가 이미 AI 2·3군 그룹으로 밀렸다는 뉴스가 있다. 정부 목표는 AI 3대 강국(G3)인데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안한다면.
▲먼저 AI 모델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AI 데이터센터도 활성화될 수 있고 국내에서 개발하는 AI 칩 분야도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국가 AI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후발주자인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잘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경쟁에선 자본력 차원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각 분야별로 특화된 초인공지능(ASI)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 전략이 될 수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우리나라에서 꼭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들도 있다.
▲맞춤형 AI 모델을 잘 만들려면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고,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알아야 효과적으로 파인 튜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외부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져다 파인튜닝하는 정도로는 특화 영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어렵다. 또 파운데이션 모델이 점차 고성능 프런티어급 모델, 에이전트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성능이 좋아질수록 AI 윤리나 안전성 측면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부분 역시 파운데이션 모델의 구조와 학습 데이터를 모르면 대응에 한계가 있다.
―AI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들도 적지 않은데.
▲수익화 얘기를 하기 전에 효용성 여부를 먼저 따져보자. AI가 모든 것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10억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 사이즈로 해결이 가능한 산업 현장 문제를 20억~30억 파라미터 모델로 돌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업무 형태에 따라 AI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필요한 AI 모델사이즈가 어떤 것인지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이 몇 년 걸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빅테크들이 범용 솔루션이나 기술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각 산업 영역별 특화된 부분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LG는 LG AI연구원과 각 산업 영역에 있는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 확산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AI 경쟁력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2개만 꼽는다면.
▲AI 네이티브 인재 육성,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면 분산되고 어려워진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만드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먼저 특정 영역에서 잘할 수 있는 성공적인 AI, ASI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LG AI연구원은 이를 목표로 가고 있다.
■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약력 △1976년생 △광운대 전자공학 박사·2016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7년 LG유플러스 AI기술담당 △2019년 LG사이언스파크 AI담당 △2020년~LG AI연구원 원장 △2022년~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 △2023년~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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