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위상 추락
탄핵심판 편향성 큰 원인
절차적 정의 지켜야 승복
탄핵심판 편향성 큰 원인
절차적 정의 지켜야 승복

입법부는 지갑이, 행정부는 칼이 있다. 돈도 권력도 없는 사법부가 강력한 기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토대는 '국민의 신뢰'라고 한다. 사법부가 신뢰를 잃을 경우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일원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헌재가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 독단적 결론이 아니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통합진보당 해산 등 중요 사안마다 논란은 있었다. 결론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결국 승복한 것은 심판 과정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탄핵심판의 본질을 가릴 정도의 편향성 논란은 유례가 없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일부 재판관의 이념 성향이 문제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편파적 재판 과정을 보면서 국민은 그들의 개인적 편향성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에서도 내란죄 관련 부분을 철회하겠다고 한다. 헌재가 진즉 결론을 내렸어야 하는 쟁점이다. 탄핵소추의결서 변경은 피소추인의 동의나 국회 재의결이 있어야 한다. 내란죄가 의결서에 있지만 헌재가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라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 헌법재판의 목적은 신속한 재판이 아니다.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헌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헌재는 '헌법재판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재판의 대원칙인 '적법절차의 원칙'조차 무시한다. 재판관들의 결정으로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면 승복할 수 있을까. "판사들이 법복을 입는다고 우리를 더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닐 고서치 미국 연방대법관의 말이다.
'신속한 재판'이 목적이라면 한 총리 탄핵 결론이 가장 시급하다. 단순한 탄핵 정족수 판단조차 못하는 것은 결론이 민주당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총리 건은 미루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은 단 1회 변론 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헌재는 지난 3일 예정된 선고를 돌연 연기했고, 10일 다시 변론을 열었다. 국회가 당사자인 권한쟁의 심판을 국회의장이 대신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기초적 법리이다. 헌재가 왜 터무니없는 절차를 계속할까. '이재명 대통령' 행보에 혹여 지장이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라는 해석 외에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인용, 기각 등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결론이든 모두가 승복할 수 있게 절차적 정의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신뢰도 1위 헌재는 현 재판관들이 만든 게 아니다. 민주화 이후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동력이 된 것이다. 전국 각지의 이른바 탄핵반대 집회에 모이는 국민도 실은 탄핵을 반대해서만이 아니다. 수사도 문제지만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는 헌재에 대한 분노 표출이 본질이다. 파도보다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주목해야 한다. 비판적 의견을 내란선동이나 트집잡기로 폄하하는 것은 국민 사이에 부는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다. 헌재 내에 천연기념물 제8호 재동 백송이 있다. 껍질이 벗겨지면서 순수한 하얀 빛이 되는 백송처럼, 변질되어버린 법을 헌법의 취지에 맞는 올바른 형태로 되돌린다는 뜻에서 헌재의 상징으로 불린다. 현재의 탄핵 절차가 그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40년 가까이 길러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큰 나무를 잠시 거쳐 가는 재판관들이 부러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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