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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관세에 중국 위협 겹악재, 기술혁신만이 돌파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2 18:32

수정 2025.02.12 18:32

자동차·반도체에 美 관세부과 선언
경쟁력 갖춘 중국, 턱밑까지 쫓아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중국 기업의 거센 공격을 동시에 받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포고령에 서명하며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달러이며, 흑자 규모는 557억달러로 세계 8위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대미 수출액의 3분의 1이 넘는(35.4%) 수출 효자 1, 2위 품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두 품목은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만약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의 경우 약 20%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영업이익 감소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법인세 납부액도 줄어들게 한다. 자동차기업의 미래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 기업과 국민에게 원가부담 상승과 지출 확대라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며 섣불리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우리로서는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도 어쨌든 트럼프를 설득할 카드를 갖고 고위급 협상단을 보내 미국 정부와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수출 쿼터제 등 가용 수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트럼프 리스크보다 우리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다. 반도체의 경우 이미 대만 TSMC가 삼성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을 앞질렀으며,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국가의 명운을 걸고 투자와 연구에 국가적 동력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가시적이다. 최근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반도체 기업은 범용 메모리는 물론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도 양산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중국 SMIC는 2위인 삼성전자 바로 밑까지 쫓아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중국 BYD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46.8%로 끌어올려 미국 테슬라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BYD는 오랫동안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 오던 독일의 폴크스바겐을 물리치고 지난해 내수판매 1위 자리에 올라섰다고 한다. 가격은 물론 품질 경쟁력까지 갖춘 BYD는 한국에 15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개설하고 이미 진출했다.

우리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겹악재를 만난 셈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고, 낮은 가격에 품질을 더 개선한다면 우리 기업들에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설상가상의 악재를 만난 기업들에 올해는 매우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관세 부과와 중국의 공세를 이겨내려면 기술혁신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HBM, 낸드플래시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중국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기술을 한층 더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비상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당은 지원은 고사하고 도리어 발목 잡기에 매달려 있으니 국민들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