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경제는 위기인데 정략 다툼에 멈춰선 국정협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2 18:32

수정 2025.02.12 18:32

'반도체 주 52시간' 갈등에 올스톱
합의된 에너지법 등이라도 처리를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조항 등 쟁점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해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회담이 12일 무기한 연기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협의체 실무 협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스1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조항 등 쟁점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해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회담이 12일 무기한 연기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협의체 실무 협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스1

민생 현안 대타협이 기대됐던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주 52시간제 예외를 포함하는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개혁특위 구성 등 쟁점 의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은 의제에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을 논쟁만 벌이다 무작정 연기해버린 결정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입만 열면 '경제를 살리자'면서도 민생 입법을 처리하지 못하는 여야 정치인들의 언행불일치가 한심하다.

쟁점 의제를 떼놓고 보면 여야 의견은 일리가 있다.

큰 틀에서 접점을 찾고도 각론에서 논쟁이 반복되는 것은 여야의 복잡한 계산 탓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의 치적쌓기용 주도권 싸움이자 정신 못 차린 정치권의 소모적 신경전일 뿐이다.

반도체특별법은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을 두고 의견이 계속 갈린다. 야당은 주 52시간 원칙 타협 불가로 방향을 다시 틀어버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먹사니즘' '잘사니즘' 하면서 수용할 것처럼 하다가 강경파의 의견에 밀려 입장을 바꿔버린 게 사안을 더 꼬이게 한 이유 중 하나다.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예외' 이외에도 보조금 직접 지원, 5년 단위 국가반도체산업 기본계획 수립, 국가반도체산업본부 신설, 조세 감면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특례 등 중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야가 주 52시간 사안에 걸려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 합의된 것부터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국익에 유리할 수 있다. 여당도 야당의 주장을 무조건 반대만 말고 대승적 결단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도 매한가지다. '선(先)연금개혁특위·후(後)모수조정'을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선모수조정·후구조개혁' 입장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는 것에는 합의가 됐다. 소득대체율을 42~43%(정부와 여당안) 또는 44%(민주당안)로 할지 합의만 남았다. 과를 떠넘기고 공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앞선 여야의 몽니에 연금개혁은 지체됐다. 지난 1년 재정적자만 20조원 넘게 쌓였다는데 정치권이 다 물어낼 것인가.

대통령 부재로 구심점을 잃은 여당과 정권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야당이 쟁점 법과 조항마다 선후 조건을 붙여놓아 일괄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 지체를 우려해 거대 야당과 협력에 더 적극 나서야 할 여당이 도리어 타협을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보수·진보를 아우른 역대 정부 경제수장들이 12일 대한상의 주최 간담회에서 "국회가 정신 차리고 반도체 산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한두 번 들은 말도 아니다.
합의한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법·해상풍력특별법)과 반도체기업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 연금 모수개혁부터 처리하고 쟁점이 남아있는 주 52시간 예외, 추경 편성 등의 현안을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