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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우리금융을 향한 금감원의 시선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2 21:12

수정 2025.02.12 21:12

박소현 금융부 차장
박소현 금융부 차장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 여부가 다시 한 번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그룹 정기검사 발표에서 2000억원의 추가 부당대출과 함께 인수합병(M&A) 계약서에 담긴 몰취조항, 인수 과정에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우리은행에 절대적으로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비은행으로 다양화하는 경영전략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가 낸 당기순이익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보험사 실적만 떼서 보면 KB금융의 라이프생명과 손해보험이 지난해 약 1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도 약 50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반면 지난해 우리금융 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 약 3조원 가운데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8%에 달한다. 우리금융의 계열사 포트폴리오에서 은행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은 해마다 제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몰취조항은 통상 매도자 측에서 요구한다고 한다. 당국의 허가가 절대적인 규제산업에서 불승인으로 계약이 불발될 경우 다시 매수자를 찾는 과정이 지난하고, 시간도 최소한 2~3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매도자의 몰취조항 요구를 수용한 것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서는 보험사 인수 외에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수명이 길어지는 고령화 시대에 생보사를 왜 인수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하지만 요양산업이 이미 발달한 일본 생명보험사 상위 9곳의 지난 2023년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19.4%에 달한다. 우리금융의 2023년 ROE는 8.25%에 그쳤다. 여기에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격도 기업가치보다 약 5000억원 낮춰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M&A에 성공한다면 생보사의 신사업인 요양산업부터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과 보험사 간에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미 KB국민은행은 KB라이프생명, KB손해보험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요양과 자산관리를 접목한 새로운 사업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도 종합금융그룹으로 한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험사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승인 심사에서 M&A가 경영안정성, 금융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한국 보험시장, 나아가 금융시장 전체의 미래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금융도 탄탄한 재무건전성과 함께 철저한 내부통제를 선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