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재민 이밝음 김민재 윤주현 기자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이른바 정치인 체포 등 체포 메모가 탄핵 심판에 스모킹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조태용 국정원장은 홍 전 차장의 메모 작성 경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거짓이라 생각한다"며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홍 전 장의 보고 여부에 대해선 그간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체포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선회했다.
조태용 "메모 거짓, 신뢰성에 강한 의문"
조 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시도 의혹의 핵심 단서로 꼽히는 '홍장원 메모'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르다. 거짓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앞서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에서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에 받아 적었고, 흘려 쓴 글씨체를 보좌관에게 시켜 정서로 옮겨 적게 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원장은 "홍 전 장의 증언 이후 파악해 보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홍 전 차장이 당시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지만 홍 전 차장은 당시 (국정원) 청사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 본인이 작성한 포스트잇 메모 △이를 보좌관이 정서한 메모 △홍 전 차장의 요구에 보좌관이 다시 기억에 의존해 작성한 메모 △이를 가필한 메모 등 총 4가지 종류의 메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증언과 메모에 대해 "거짓이라 생각한다"며 "메모와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저는 강한 의문을 가진다"고 말했다.
조태용, 홍장원 '정치인 체포 지시' 보고 때 "이재명·한동훈 들어"
조 원장은 다만 홍 전 차장으로부터 "이재명·한동훈을 오늘 밤 잡으러 다닐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앞서 조 원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체포 지시 혹은 방첩사로부터의 체포 명단 수령 여부를 부인해 왔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이 대표 등 정치인 체포 보고에 대해 "뜬구름 같은 얘기를 한다고 느꼈다"며 "알아듣게 보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윤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직접 전화해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 "홍 전 차장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방첩사가 복원 과정이기에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홍 전 차장의 공작에 따라 나라가 흔들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홍 전 장이 큰 영향을 미친 건 맞는다"고 답했다.
조태용, 홍장원 사표 반려 반박…"국무회의에 찬성 위원 없었다"
조 원장은 이날 홍 전 차장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달받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조 원장이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이밖에 지난해 여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 있던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해 7차례에 걸쳐 인사 청탁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조 원장은 그러나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계엄을 찬성한 국무위원이 없었다고 전하면서 자신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문건이나 계엄선포문 등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尹 "질문하게 해달라" 헌재 불허…尹측 "지금 같은 심리면 중대 결심"
윤 대통령은 이날 여섯 번째로 탄핵 심판에 직접 참석했다. 이날에도 남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머리는 가르마를 탄 정돈된 스타일로 재판에 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조 원장을 직접 신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헌재는 불허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메모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적어서 할 문제가 아니라 제가 좀"이라며 "규정상 본인이 직접 물을 수 없게 돼 있나"라고 물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평의를 종합한 결과 불공정 재판이 될 우려가 있었다"며 "피청구인(윤 대통령) 지위가 국정 최고책임자이기에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불허 사유를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탄핵 심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증인 신청서를 다시금 제출하며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