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객 마음이 눈비에 젖지 않게[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13/202502131635175828_l.jpg)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정부가 12일 정신 질환을 앓던 교사가 살해한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양의 이름을 딴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신건강 문제로 직무 수행이 어려운 교사에 대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하늘이법 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앞서 김 양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법을 만들어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교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부에서는 하늘이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신속히 대책을 마련하는 데 치우쳐 졸속 처방을 하거나 다수의 교사를 선의의 피해자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가 흉기를 들고 진료실로 찾아가 의사를 살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사건 며칠 후 고인의 절친을 통한 유가족의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유족은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이 지켜지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안전한 진료 환경과 정신건강 치료 지원' 당부가 발판이 돼 사건 발생 7일 만에 발의된 '임세원법'이 제정됐다.
우리 사회에는 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법이 너무나 많다. '김용균법' '태완이법' '구하라법' '민식이법' '사랑이법' '종현이법' 등 두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계속 생기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타인의 이름에 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는 셈이다. 하늘이양 사건을 비극으로만 끝내지 말아 달라는 게 유족들의 바람이다. 여덟살 짧은 생을 마감한 하늘이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우리 사회의 몫이다. 심신미약 교사들이 적절한 때 적절한 치료를 받고, 학생들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법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기억되지 않은 수많은 이름들이 있었다"(책「이름이 법이 될 때」)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국민으로부터 입법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 정치권은 여론을 등에 입은 반짝 관심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늘이 덕분에 학생들이 더 안전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가 또다시 한 이름에 빚을 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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