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할머니가 들려주는 시에 미소가 절로…'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연합뉴스

입력 2025.02.13 17:11

수정 2025.02.13 17:11

칠곡 문해학교 학생들 이야기 다룬 뮤지컬…다큐 '칠곡 가시나들' 극화 실제 지은 시를 뮤지컬 넘버로…"할머니들의 시, 삶을 솔직하게 담아내"
할머니가 들려주는 시에 미소가 절로…'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칠곡 문해학교 학생들 이야기 다룬 뮤지컬…다큐 '칠곡 가시나들' 극화
실제 지은 시를 뮤지컬 넘버로…"할머니들의 시, 삶을 솔직하게 담아내"

시 쓰는 할머니들 이야기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출처=연합뉴스)
시 쓰는 할머니들 이야기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말로 하는 이야기라면 뭐든 해줄 수 있으련만, 손에 들린 동화책이 무서워 아들네를 가지 몬했다…."
여든 넘은 나이에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영란 할머니는 생애 처음으로 쓴 시에 글을 몰라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했던 부끄러운 감정을 담는다.

이제는 글을 배워 가족들에게 실컷 시를 써줄 수 있다고 자랑하는 할머니는 응어리를 드디어 풀었다는 후련함에 활짝 미소를 짓는다.

삶에 대한 진솔한 표현이 그대로 담긴 칠곡 할머니들의 시가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오경택 연출은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에서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할머니들의 시를 읽고 '이 작품은 된다'라고 확신했다"며 "남녀노소 모두 만족하는 작품이 가장 만들기 어렵다지만, 이 작품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시연 (출처=연합뉴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시연 (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개막한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경북 칠곡 소재 문해학교에 다니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며 자기만의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무대화한 것으로, 2022년 개발을 시작해 2023년 쇼케이스를 거쳐 3년 만에 무대에 올라왔다.

강병원 프로듀서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할머니들이 하루를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뮤지컬로 제작하고 싶었다"며 "특히 어머니들이 늦은 나이어도 배울 거리, 즐길 거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할머니들이 문해교실을 다니며 지은 시를 살려 뮤지컬 넘버로 옮긴 것이 특징이다. 어릴 적 첫사랑을 떠올리는 설렘, 딸이라는 이유로 구박당한 서러움의 감정이 5인조 밴드의 연주와 함께 흘러나왔다.

김혜성 작곡가는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시와 인생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두렵고 무서웠다"며 "작품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한 배우들을 떠올리며 곡을 쓴 것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작품은 할머니들이 한글 수업을 듣고 직접 지은 시를 발표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대체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다만 할머니들의 생애를 연기로 풀어낸 배우들은 어느 때보다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란을 연기한 배우 김아영은 "줄거리는 아름다운 공연인데 관객에게 감동을 주려면 더 치열하게 임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배우들의 노력 덕분에 제가 봐도 자랑하고 싶은 공연이 됐다"며 웃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시연 (출처=연합뉴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시연 (출처=연합뉴스)

창작진은 할머니들의 진솔한 모습이 웃음을 끌어내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품에는 받아쓰기 시험을 보지 않으려 하거나,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다투는 등 할머니들의 소녀 같은 면모가 곳곳에 담겼다.

김하진 작가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어느 순간 할머니들이 소녀로 보이기 시작했다"며 "첫사랑에 가슴 떨려 하는 모습,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 할머니들에게 아직도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작 다큐를 연출하고 에세이를 집필한 김재환 감독은 예술감독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뮤지컬을 본 적 없는 관객들이 이 작품으로 무대가 주는 설렘과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김 예술감독은 "이틀 공연하며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들이 많이 다녀갔는데, 그분들이 설렘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그것만으로 성공했다 싶었다"며 "젊은 관객만이 아니라 누구든 놀라운 설렘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언론 공개 (출처=연합뉴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언론 공개 (출처=연합뉴스)

cj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