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고금리에 늘어난 공실
3층 건물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해운대도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인근 편의점 주류 등 매출 30%↓
부산상의 "내수증진 지원책 필요"
3층 건물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해운대도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인근 편의점 주류 등 매출 30%↓
부산상의 "내수증진 지원책 필요"
■서면·부전시장도 흔들 "손님이 줄었다"
다음 날인 11일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1번가 매디컬 거리에서도 통째로 비어 있는 건물이 있었다. 접근성이 좋은 지하도상가 바로 앞 건물마저 임대 상태였다.
서면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40대)는 "요즘 손님들은 '가성비'를 따져 무인 술집이나 저렴한 음식점을 찾는다"라며 "젊은 유동인구도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라고 말했다.
서면과 인접한 부산 최대 전통시장인 부전시장도 사정이 비슷했다. 이날 장사를 일찍 마무리하기 위해 농산물을 정리하던 B씨(70대·여)는 "전통시장은 주 고객층이 중장년층인데, 씀씀이를 확 줄였는지 도통 팔리지가 않는다"라고 쓴웃음 지었다.
■해운대도 외국인 관광객만… 내국인 소비 급감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수욕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34)는 "겨울철이라 원래 비수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내국인 손님이 특히 적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내수 경기가 어려워 한국인들은 여행도, 외식도 예전 같지 않다"라며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덧붙였다.
해운대의 한 편의점 점주도 "밤이면 바글바글했던 거리가 지금은 한산하다"라며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술이나 간식거리 매출도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라고 한숨 쉬었다.
이처럼 내국인 소비 감소 추세가 이어지자 부산 주요 상권이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통계도 '소비 위축'…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최고치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부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부산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부산의 소비 동향은 6.9% 감소했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의 소비는 10.3%나 줄었다. 소비 상품군별로는 오락·취미 용품 소비는 증가한 반면, 의복·식음료품 소비는 감소해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8일 한국은행 발표에서도 지난해 3분기 말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04%으로 2015년 1분기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산의 지역적 특성에 맞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호성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 주임은 "현재 고금리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지역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라며 "자영업자와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확대, 소비 촉진 정책, 내수 증진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은 수출·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외환시장 안정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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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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